house hunting
기획의도: 서울에서 집을 소유한 사람은 절반도 되지 않는다. 노마드의 도시다. 부동산이 삶보다는 자산의 중심축이 된 사회에서 모두가 집을 소유하는 일이란 불가능할지도 모른다. 그럼에도 사람에게는 ‘집’이 필요하다. 나의 존재를 보장하고 자리를 점유할 수 있으며 환대를 나눌 수 있는 장소가. 다만 그것이 공간 자체로만, 소유나 독점이라는 방식으로만 성립되는 것일까? 노마드의 도시에서 공간은 어떻게 ‘집’이 되는가? 도시는 어떤 식으로 새로운 장소를 만들어내는가? 그 질문과 관련해 ‘공유주택’을 선택해 살고 있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었다. *인터뷰에 응해주신 <장안생활> 입주자 분들게 감사드립니다.
기획/집필/촬영: 윤성희 인터뷰 참여: <장안생활> 입주민 4인 후원: 무아레서점, 한국예술인복지재단 |
슬 님 이야기
장안생활엔 어떻게 오게 되셨나요.
내 공간이 있으면서도 사람들이랑 교류도 할 수 있는 곳에 살고 싶었어요. 기숙사에서 셰어하우스, 자취, 또 기숙사 생활 하다 온 게 여기에요. 기숙사는 규칙이 있고 자취는 혼자 해결해야 할 일도 너무 많고 외롭기도 해서. 또 여기가 직장이랑도 가깝고요.
이제 여기가 내 집이라는 느낌을 언제 받으셨나요?
방을 다 꾸몄을 때? 생활은 만족하는데 하나 아쉽다면 방이 작은 거. 사실 공간 같은 거에 관심이 많아서 비슷한 구조의 레퍼런스도 찾아보면서 어떻게 꾸밀까 고민을 많이 했어요. 방 구조가 가운데가 살짝 비어 있는 공간이 있어서 해외 직구로 선반 같은 걸 맞춰서 넣었어요. 그렇게 꾸미고 화분 놓고 이불 교체하고 그런 게 딱 완성이 되니까 아 이제 뭔가 됐다, 싶었던 거 같아요.
방에서 좋아하는 물건 하나를 소개해주세요.
미니 방향제요. 되게 조그마한데 방에 들어갈 때 이게 있고 없고의 차이가 느낌이 많이 다르거든요. 방이 작으니까 향이 되게 빨리 퍼져요. 문에 이걸 붙여놓으니까 문을 열면 향기가 확 잘 나서 뭔가 딱 들어갔을 때 기분이 좋아지거든요. 그래서 방에 계속 내가 원하는 향이 있으면 좋겠다 싶어서 방 곳곳에 뒀어요.
슬 님에게 가장 중요한 공간은 방인가요?
음... 방 자체는 별로 큰 의미는 아닌 거 같아요. 오히려 자취할 때는 꾸밀 공간이 있으니까 예쁘게 꾸미려고 그랬는데, 여기는 이 건물 자체를 활용하게 되니까요. 2층에서 작업하고 7층에서 밥 먹고 술 마시고 이러다보면 방은 진짜 자는 공간? 물론 예쁘면 더 좋으니까 꾸미긴 하죠. 그래도 그보다는 사람을 만나는 공간에 더 의미를 갖는 거 같아요. 그러니까 이 장안생활 자체를 잘 활용하고 살아가자(웃음)
장안생활에서 가장 좋아하는 공간은요.
6층. 큰 tv도 있고 거실처럼 꾸며놓은 공간이 있거든요. 거기서 사람들이랑 자주 놀기도 하고 또 제가 영화 보는 거 되게 좋아해서. 혼자서도 보지만 같이 보는 사람들끼리 밤새서 몰아 보기도 하거든요. 저번엔 무빙. 그거 보려고 화요일마다 퇴근하고 모여서 두 편씩 봤어요. 아시안게임도 같이 봤어요.
내 방에서는 침대죠. (웃음) 지금은 거의 자는 공간으로만 쓰긴 하는데.
이곳에 자리 잡기 위해 주로 하신 일들이 있나요.
먼저 다가서서 친해지는 성격은 못 돼요. 그래도 난 주거만 아니라 여기 커뮤니티를 누려야겠다는 마음으로 왔으니까 그런 노력을 해야겠다 싶었어요. 그래서 처음에는 나랑 같은 층 방들에 케이크랑 편지를 다 걸어놨어요. 주기적으로 커뮤티니 모임도 나가고요. 처음엔 너무 어색해서 다른 친구들한테 ‘어색해 죽겠어ㅠㅠ’ 카톡하고 그랬는데. 하하. 지금은 결이 맞아서 친해진 사람들이 생겨서 같이 많이 어울리죠.
공간을 나눠 쓴다는 건 내가 가질 수 있는 공간이 한정될 수도 있다는 말일 텐데요.
지금은 딱히 아쉬움은 없어요. 아무리 작아도 내 방이 있고, 거기에 공유할 수 있는 다른 게 있는 게 좋으니까요. 굳이 불편하다면 부엌? 공유부엌은 가장 큰 문제가 잘 안 치우는 사람들이 있어서... 7층 부엌은 알디 님이 엄청 관리하시는데 저도 한창 일하기 전에는 4층 부엌을 엄청 관리를 했었거든요. 입주민들이랑 같이 청소도 하고 포스터 같은 것도 붙이고 그랬어요. 부엌 곳곳에 붙어 있는 것들 보면 대부분 제가 디자인한 게 많아요. 모두가 같이 주방 관리를 잘 하면 좋겠어요.
사람이 좀 더 많으면 재미있겠다 싶기는 해요. 어느 정도 커뮤니티를 원하는 사람들이 들어오지 않을까 해서 다른 분들과도 더 어울리면 좋겠다고 생각하는데 요즘은 사람들이 잘 안모여서 좀 아쉽고요.
그래도 친한 분들이랑은 계속 어울리고 있어요. 이번 겨울엔 같이 붕어빵 팔려고 했어요. 장안생활 직원 분이 어쩌다 붕어빵 기계를 사놓고 방치한 게 있다는 거예요. 그걸 써보려고 했는데 보니까 너무 오래돼서 녹슬었더라고요. 안 되겠다 했는데 한 분(넨넨 님)이 의류학과인데, 어디 의류 공장을 하나 뚫었다고, 슬 님이랑 자기랑 공동대표라고 말해놨다고 공장 사장님이랑 술자리 갖기로 했다는 거예요. (웃음) 그래서 무슨 물고기 인형 같은 거 만들자고 얘기하고 있어요. 문 앞에 걸어두는 액막이 인형 그런 거로 만들어볼까? 그걸 펀딩을 해볼까? 뭐 그런 얘기를 하고 있는데 언제부터 만들지는 모르겠고. 일단은 며칠 후에 테라스에서 같이 대하구이 해먹기로 했어요. (웃음) 다들 뭐 하자 하면 무조건 바로 하는 스타일이에요. 등산 가자 하면 바로 가고, 드라마 보자 하면 밤새서 보고.
독립성을 보장받고 싶은 마음과 타인과 연결을 원하는 마음 사이에서 어떻게 균형을 잡고 있나요.
그냥 사람들과 잘 지내고, 공간을 최대한 잘 활용하면서 잡는 거 같아요. 저도 부엌에 들어갔는데 모르는 분이 있으면 거기서 요리하고 뭐 먹고 그러기 좀 불편하다고 느끼거든요. 그런데 그게 아는 사람이라면 그냥 같이 먹거나 한단 말이죠. 그래서 어떤 불편함을 줄이고 어느 정도 밸런스를 맞추는 방법이 나는 타인과 친해지는 거라고 생각해요. 얼굴 익히고.
내가 가진 방을 넓히거나 공유하는 공간을 누구랑은 또 안 쓴다거나 그런 건 내가 할 수 없는 일이고, 그럼 그냥 내가 그 공간에 최대한 스며들 수 있게 잘 활용하는 거라고 생각해요. 여기는 활용할 수 있는 공간이나 커뮤니티 활성화를 할 수 있는 여지가 많은 거 같아요. 커뮤니티 활성화를 위한 지원도 있는 거로 알고 있어요. 여기 입점한 카페나 꽃집, 서점 공간도 입주민이 최대한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게 해주는 것 같고.
내 집을 소유하고 거기 정주하는 게 어떤 ‘사회적 표준’으로 여겨지잖아요. 슬 님에게는 어떤가요.
내 주변에는 정착하고 사는 친구가 별로 없어요. 원래 본가가 서울인 친구들 외에는... 나는 크게 정착해야겠다는 생각은 없거든요. 아직까진 혼자 살거나 내 집 마련을 해야겠다는 마음은 없는 거 같아요.
여기도 거쳐 가는 공간이죠 나한테는. 다른 지역이나 해외나 다양한 곳에서 살아보고 싶다는 생각이 있어서요. 그래도 완전 혼자 자취하고 싶다는 마음이 들기 전까지는 이런 형태의 집에서 살고 싶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