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 자치구 행정 우수사례 10선' 선정[금천구 홀몸어르신 맞춤형 공공원룸주택] |
금천구 홀몸어르신 맞춤형 공공원룸주택 ‘자치구 행정 우수사례 10선’ 선정
자로 잰 듯 빽빽하게 들어선 아파트. 현대 주거공간의 대명사인 아파트는 ‘개성’이란 단어와는 거리가 멀다. 급격한 산업화는 도시를 회색빛으로 만들었고, 건물에 사람이 적응해야 하는 ‘주객전도(主客顚倒)’의 기현상은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
지난달 6일, ‘2014 서울시 자치구 행정우수사례 10선’에 금천구의 ‘홀몸어르신 맞춤형 공공원룸주택’사업이 선정되었다. ‘홀몸어르신 맞춤형 공공원룸주택’은 ‘홀몸어르신’을 위해 건축된 ‘맞춤형’ 공공원룸주택으로 지하·반지하에 거주하는 저소득 홀몸어르신들의 열악한 주거환경과 불편함을 개선하기 위한 주거복지 사업이다. 2013년 기준 금천구 관내에는 약 500여 명의 홀몸어르신들이 거주하고 있다. 이들 중 대다수는 월평균 40여만 원의 생계지원금이 전부이며, 월 평균 17만 원의 거주비를 제하면 생활조차 빠듯한 실정이다. 화장실도 없는 습기 가득한 반 지하방에서 지내는 이들에게 기본적으로 누려야 할 인간적인 삶은 요원한 단어일 뿐이다. 이번 주거복지 사업은 지난해 9월, 금천구가 서울시에 시·자치구 공동협력 사업을 제안하며 시작됐다. 사업성을 검토하는 과정에서 투자 대비 수익성이 나오지 않아 건설사를 찾는 과정에서 어려움을 겪었지만 곧 사회적기업 아이부키라는 좋은 파트너를 만났고, 서울시 사회투자기금의 소셜하우징 융자 사업을 받으며 사업 추진을 해낼 수 있었다. 그리고 지난 8월 금천구와 서울시 SH공사는 ‘홀몸어르신 맞춤형 공공원룸주택 공급·관리를 위한 업무 협약(MOU)’을 맺고 본격적인 ‘홀몸어르신 맞춤형 공공원룸주택’ 사업을 추진해오고 있다. 현재 ‘홀몸어르신’ 공공원룸주택 1호는 건축이 완료되었고, 2호도 내년 봄 시공에 들어갈 계획에 있다고 한다. 독산2동(독산로 47가길 38)에 연면적 431.8㎡, 지상 6층 규모로 지어진 ‘홀몸어르신 맞춤형 공공임대주택’은 입주자 16세대 모집을 마감하고 곧 입주가 시작될 예정이다. 16세대가 함께 보듬으며 생활할 쾌적한 주거공간, 서로의 말벗이 되어 은은한 온기가 이어질 공용공간(공동취사, 빨래, 돌봄), 어르신들의 보행 편의를 배려한 승강기, 태양광 시설, 옥상텃밭, 외부 임대를 위한 주차장까지. 이 완벽한 주거공간을 이용하는데 들어가는 비용도 월 10만 원 이하라고 하니, 과연 홀몸어르신 ‘맞춤형’이라 할 만하다. 주거공간의 획일적인 틀을 깨고 수요자에게 ‘맞춤형’ 건물을 시공한 사회적기업 아이부키의 이광서 대표를 서울 중구 을지로 인근 그의 사무실에서 만나보았다. ▶ 아이부키주식회사 이광서 대표(아이부키주식회사 서울시 예비사회적기업 2012-67호) # 수요자의 필요를 충족시키는 ‘맞춤형’ 공공임대주택은 아직까지 한국 사회에 낯선 개념이라 생각한다. 새로운 시도에는 으레 어려움이 따르리라 짐작되는데, 어떤 점이 특히 어려웠나? 우선 집 자체로는 대단히 특별하지 않고 약간의 미묘한 차이를 가진 일반 원룸이라고 보면 된다. 차이가 있다면 엘리베이터와 1층 공간을 공용공간으로 만든 점이 차이랄까? 어르신들에게 엘리베이터는 꼭 필요한 시설이다. 하지만 지금까지 이어져 온 관행들과 제도적으로 뒷받침되는 것이 없기에 반영하기가 어렵다. 이런 ‘맞춤형’ 주거공간은 가격 책정에서도 비교할만한 감정 기준이 없다 보니 어려움이 따른다. 일반적인 감정평가 기준으로는 무리가 있다. 이런 문제들로 공사를 하는데 어려움이 있었다. 민간사업자들이 더 활발히 참여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선 이런 특수한 주택 개발에 합당한 가격정책이 수반되어야 한다. 소셜하우징 1호(홀몸어르신 맞춤형 공공임대주택)는 길을 개척하는 사업이었기에 모자란 점도 있지만 그만큼 배운 점도 많다. 2호는 그에 비해 좀 더 수월하게 추진되고 있다. 디자인, 설계 문제에 있어 1호에서 부딪혔던 제도적인 부분의 어려움은 많이 줄었다. 금천구 관내에 새로운 형태의 주거 복지가 결합된 복지 서비스를 할 수 있다는 면에서 큰 의미가 있다. 한마디로 엄청난 성과다. 아이부키가 이런 신개념 주택 개발 과정에 일조했다는 점에서 보람되고, 여러 기관들과 함께 일하며 업무와 소통 방식을 경험하는 좋은 기회도 가질 수 있었다. 아쉬운 점은 담보 문제로 SH공사에 매각을 조건으로 소셜하우징 융자가 시작되었다. 시행사로서 아이부키는 새로운 형태의 주거 개발은 성공적으로 마쳤다. 하지만 매각을 하고 나면 이 주택과 아이부키의 관계는 끊어지게 된다. 자식 키워 시집보내는 느낌이랄까? 매각과 함께 인연이 끊어지는 게 아쉽다. # 이번 사업의 자체 평가를 한다면? 개인적으로 민간사업자들은 이익을 쫓아 움직이기에 새로운 시도에는 한계가 있다고 본다. 가치를 추구하는 기업들과 사회적경제조직의 기금, 서울시가 다 함께 이런 사업들에 대해 고민하고 노력한다면 더 좋은 개발들이 나올 수 있다고 생각한다. # 1호 입주 일정과 마무리 계획, 2호 공사는 언제 시작될 예정인가? 수요자는 이미 모집이 된 상태이다. 그 지역의 홀몸 어르신들이 지원하셨어요. 수급자분들이 약 500분 정도 되시죠. 이번 1호 주택은 12월 말에 16세대가 입주할 예정이고, 2호는 내년 늦봄에 본격적인 공사가 시작될 예정이다. # 아이부키의 향후 계획은? 운영과 관련된 것들을 많이 해보고자 한다. 올해는 소셜하우징이 주로 건설 사업에 주력했는데 이제 임대 사업도 소셜하우징 본사업에 포함이 되었다. 아이부키는 ‘주택’이라는 하드웨어에 ‘운영’이라는 소프트웨어가 결합되는, ‘스토리가 있는 운영’에 강점이 있다. 아이부키가 직접 주택을 임대하게 되면 수요자를 직접 모집할 수 있다. 지역 재생, 커뮤니티 아트 등 공동체 소통을 예술적으로 승화시킬 수 있는 수요자들을 모집하여 그 지역의 변화를 일궈내보고 싶다. 단순히 건축에만 그치는 것이 아닌, 운영을 통해 지역 재생에 도움이 되는 사업을 해보고 싶다. 건축이라는 하드웨어 사업도 중요하다. 하지만 그 이후 어떻게 공동체가 활성화되고 그 공동체가 다른 공동체와 어떤 관계 형성을 하느냐가 그에 못지않게 중요하다. 사람이 없으면 공간은 죽어버리기 때문이다. 아이부키가 하고 있는 ‘작은 도서관’ 개발이나 ‘경로당 혁신 프로젝트’도 공동체를 살리고자 하는 노력의 일환이다.
특히 서울형 민간임대주택의 경우 독립된 거주공간을 확보함과 더불어, 공동체 활동을 통해 다양한 사회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공동체형 주택’ 3,096호를 새롭게 선보인다고 한다. 어르신에게는 임대수입을 제공하고 대학생에게는 저렴한 주거지를 공급하는 '1·3세대 룸셰어링 사업', 공공원룸주택 주차장에 공유 차량을 배치하여 거주자와 지역주민이 함께 사용하는 '나눔카 주택', 6년 이내에 활용 가능한 정비(예정) 구역 등 빈집을 활용해 제공하는 '빈집 활용 공동체 주택' 등이 그 예다. 수요자의 수요를 고려한 다품종 주택 공급 계획은 반가운 소식이다. 그러나 단순한 자금 지원을 통해 일어날 수 있는 시장 불안정, 유수지를 활용한 임대주택 개발에 대한 기존 주민들의 반발 등은 아직까지 해결해야 할 숙제로 남아 있다. ‘홀몸어르신 맞춤형 공공임대주택’사업이 기존에 획일적인 기준으로 조성된 대규모 단지형 공동주택의 단점을 극복하고, 가치의 공유·협동을 통해 사회문제를 해결하는 모범적인 사례의 시발점이 되기를 기대해본다.
▒ 아이부키 홈페이지 http://www.ibookie.co.kr
- 한국사회투자 대학생 기자 김광현 (http://blog.naver.com/kkh007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