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암동은 인왕산, 북악산, 북한산 세 개의 산으로 둘러 쌓인 골짜기에 자리 잡은 마을이며 경복궁 서촌에서 신영동과 평창동, 홍은동을 연결하는 자하문 터널 위에 위치해 있다.
부암동을 위에서 내려다 보면 하천을 중심으로 길이 발달한 모습을 확인할 수 있다. 건물들은 길을 따라 다多방향적으로 지어 졌으며, 필지 분할방식의 일一방향적인 건물들의 양상과 확연히 대조된다. 이는 2000년 역사도시 서울의 옛 모습과 맥락을 같이 한다. 중심지 개발에 편입되지 않은 부암동의 입지적 독립성으로 인해 부암동은 전통도시 서울의 구조적 특징을 잘 간직하고 있다. 이러한 자연발생적 특징은 현대 도시에서 독특한 정체성을 가진다.
부암동은 2004년 기반시설 확충 및 규제사항 완화 등을 통해 쾌적한 주거환경을 조성하고자 제1종 지구단위계획지구로 지정되었으나, 이로 인한 개발 위축으로 대상지 주변은 신축이 진행되지 않았다. 조각가, 학자, 연극 연출가 등 다양한 문화적, 예술적 배경의 주민들이 거주하고 있으나 실제적 교류는 거의 없는 편이었다. 문화예술 공유주책이 지어질 대상지는 오랫동안 가건물 형태로 유지되었으며, 동네 주거환경에 부정적인 역할을 하고 있었다.
우리는 각종 규정을 지키면서 지역 문화예술인들의 교류와 소통이 가능한 형태의 공유주택을 지어야 하는 도전을 하게 되었다.
삼각형은 그 자체로 정체성이 강한 기하학이다. 전 세계적으로 삼각형으로 지어진 건물은 많지 않다. 주변과 조화로운 자연스러운 삼각형 건물은 더욱 드물다. 부암동 지형과 다방향적인 대상지 주변 공간환경을 면밀히 검토한 결과, 삼각형이 공간환경을 자연스럽게 흡수하고 대응하는 최적의 형태인 것으로 결론지었다.
인왕산과 북한산을 바라보고, 북악산 밑에 자리 잡은 대상지의 입지적 특성으로 인해,
본 건축은 옥상을 활용할 때 경관이 탁 트이면서 자원가치가 높아진다. 하지만 대상지 건축의 의무사항인 경사지붕은 물리적으로
옥상을 사용하기 어렵게 하는 측면이 있었다. 우리는 일반적인 양방향이 아닌 일방향 경사지붕으로 이를 해결하였다.
파리의 퐁피두 광장, 뉴욕의 센트럴 파크 등 경사면이 공공공간으로 사용되는 사례는 많다.
여러 사람이 한 방향으로 앉는 것은 그 자체로 강한 공간적인 특징을 가진다.
마주 보고 이야기할 때보다 같은 방향을 보며 이야기하는 것이 편한 순간들이 있듯이,
한 방향으로 경사진 큰 지붕에는 마을마당이라는 새로운 가치가 있다.
공유주택은 사람들에게 공간을 때에 따라 선택적으로 열 수 있는 건축적 연결이 필요하다.
일반적으로 건물 내부에 있는 계단실을 외부로 끄집어 내기 위하여 건물을 둘로 가르고 계단실을 건물에서
독립적으로 분리해 지역과 공유하는 형태로 계획했다.
이는 건물의 계단실을 지역에 공유공간으로 내놓는 형태라고 볼 수 있다.
건물의 옥상을 누구나 접근 가능한, 길에서 연결된 마을마당으로 기능하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