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동체형 작은도서관 사업은 “아파트 단지 안에 이런 알짜공간이 왜 버려졌을까?” 라는 의문에서 출발했다. 작은도서관이 조성되어도 최소기준에 따라 빈 공간만 마련되고, 운영인력과 예산도 없어 공간은 유명무실해질 수밖에 없었다. 그렇게 조성된 960개소 작은도서관의 세 곳 중 한 곳이 폐쇄 위기에 처해 있었다.
공동체에 최적화된 작은도서관 리모델링·인테리어를 시행하는 공간조성 단계를 거쳐, 다양한 예술교육과 주민조직 프로그램을 병행하는 운영단계 이후에는, 주민이 직접 운영하고 지역과 협력하는 네트워크 거점공간으로 성장하게 된다.
임대아파트 단지 내 어린이와 부모, 그리고 초청된 예술가들이 어울려 자신만의 이야기를 엮어 책을 만들었고,
그렇게 쌓인 시간은 동네의 자산이 되었다. 도서관에 전시도 하고, 책을 주제로 축제도 열었다.
우리는 ‘아이부키(ibookee)’라는 책 만들어주는 온라인 서비스를 도서관 공동체사업에 활용하였다.
도서관이 책을 빌리러 오는 객체의 공간이 아니라 자신의 이야기를 모아놓은 주체의 공간이 되기를 바랐기 때문이다.
동, 호수의 숫자로 고향을 기억할 수밖에 없는 아파트 아이들이 꿈꾸고 뛰어놀 수 있는 자신들의 공간을 가지게 된다면
어린 시절을 훨씬 따뜻하게 기억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도 있었다.
방치된 공유공간에 활력을 불어넣자는 단순하고 명확한 기획으로 시작했지만 결국은 공유지 문제와 정면으로
맞닥뜨렸다. 모두의 공간이면서 누구의 공간도 아닌 곳, 게다가 영리를 추구하기 어려운 이 공간을 살리고
그것을 지속시키는 일은 전혀 쉽지 않았다. 대부분의 공유공간 운영은 기획자들의 열의에 의해 출발하여 공공의
보조를 통해 지속성을 갖지만, 지속적인 지원을 보장할 수 없고 기획자들이 지역에 정착한다는 보장도 없기에
지역 기반 커뮤니티로 자리 잡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
우리는 지역 주민들의 참여를 통해 이 문제를 해결하려고 하였다. 도서관 자치 운영 공동체를 만들기 위한
도서관학교를 만들고 워크숍을 통해 도서관 운영에 관심이 있는 지역 주민들을 모아 역량을 키우는 한편
자치 운영위원회도 만들었다.
이런 과정을 통해 작은도서관은 친목 위주의 폐쇄적인 기존 주민조직의 한계를 극복할 수 있는, 모든 주민에게 열린 문화예술과 주민자치의 장이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