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택도시보증공사HUG의 도시재생 기금은 도시재생 사업 활성화를 위해 조성된 기금이다. 재개발이나 재건축할 수 없는 도심 지역은 건물이 낡은 만큼 사람의 발길도 멎어가 점차 활력을 잃고 낙후되어간다. 이곳에 활력을 불어넣는 일이 도시재생이다. 그리고 HUG는 기금을 조성하여 도시재생 지역에 활기를 불어넣을 공간개발 및 운영 사업에 좋은 조건으로 융자를 해줬다.
재생지역에는 새로운 건물이 잘 들어서지 않거나, 개성 없는 빌라들만 우후죽순 들어오는 경우가 많다. 이런 건물들은 대개 1층은 주차장을 만들기 위해 기둥으로 들어올린 필로티 구조로 되어있다. 그러다 보니 차가 없으면 휑한 공간이 되고, 차가 들어오면 건물의 주인이 차가 되는 모양새다. 이런 집들이 들어선 길과 동네는 호기심을 불러일으키지도 매력을 어필하지도 못한다.
재생지역에 활력을 만들어내려면 아이디어와 재능이 있는 사람이 먼저 와야 한다. 그래야 더 많은 사람을 불러모을 수 있다. 그러기 위해서는 이들이 매력적으로 느낄 수 있고 또 안정적으로 활동할 수 있는 공간이 필요하다. 외관을 매력적으로 만드는 일은 건축 설계의 영역이지만, 이 공간에서 활동이 안정적이고 지속해서 이어지려면 운영에 대해 많이 고민해야 한다. 도시재생 지역에서 공공의 기금을 활용하여 건물을 짓게 된다면 더더욱 이런 고민이 잘 담겨야 한다.
그래서 우리는 연면적의 반 가까이, 총 8개 층 가운데 4개 층을 주택에 할애했다. 주택은 활동가들에게 안정성을 제공해준다. 임대료가 과하지 않고 또 함부로 올리지도 않으며, 입주자에게 공유공간 활용에 대한 주도권을 주어 참여를 끌어내는 방식으로 운영을 구조화하였다. 30여 명의 청년은 이곳에서 관계를 만들고, 활동을 실험하고, 지역 사람들을 참여시킬 흥미로운 이벤트를 만들 수 있게 될 것이다.
공유사무실과 상가에는 더욱 흥미로운 실험이 전개된다. 독립출판사, 독립서점, 커뮤니티 바, 꽃가게, 카페 등 장안동 지역에서 찾아보기 어려운 가게들과 작업 공간이 조성된다. 이들은 지역 주민들이 참여할 수 있도록 원데이 클래스, 소모임, 강좌, 도시재생 관련 창업지원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만들어 운영한다.
장안생활은 재생지역에 필요한 공간 구성과 운영의 대안을 제시하는 매력적인 모델이 될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