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암생활

LH와 아이부키가 함께 만드는 창작주택

안암생활 사업 개요

  • 사업명
    안암생활
  • 주소
    서울시 성북구 안암로 25
  • 대지개요
    • 대지면적 1,135.10㎡
    • 건축면적 357.60㎡
  • 건물개요
    • 연면적 5,704.70㎡
    • 주차장 / 지하3층
    • 커뮤니티 공간 / 지하2층
    • 코워킹스페이스 / 지하1층
    • 근린생활시설 / 지상1층
    • 다세대주택 122세대 / 지상2~10층
  • 준공
    • 2020.11 준공
  • 참여
    • 자금 : 한국토지주택공사
    • 기획 : 아이부키(주)
    • 설계 : SAAI 건축사무소
    • 운영 : 아이부키(주)

도심 속 호텔이 우리집 되다 - 안암생활

도심 내 유휴화 되는 호텔이 증가함에 따라 이를 기숙사로 용도변경하고 청년주택으로 활용한 예입니다. LH가 기존 주택을 매입하고 사회적기업 아이부키가 위탁운영합니다.

"호텔을 더는 하고 싶지 않아요."

2018년 12월 서울 중구에 호텔을 가지고 있는 건물주 한 분이 찾아왔다. 호텔을 직접 지어 수년째 호텔을 운영하고 있었다. 잘 될 때도 있었다. 그러나 주로 관광객에 의존하던 호텔은 사드THAAD 사태 메르스 사태를 겪을 때마다 직원들 월급과 관리비에 전전긍긍해야 했다. 이렇게 예측하기 어려운 경영 환경은 호텔주에게 엄청난 스트레스를 주었다.

2010년 무렵부터 매년 10% 이상 관광객이 증가하여 2013년에 우리나라를 방문한 관광객이 1400만 명에 육박하였다. 이에 부족한 숙박시설을 확충하기 위해 2012년부터 관광숙박시설 확충을 위한 특별법 시행하였다. 주로 용적률이나 주차 완화, 그리고 금융지원을 확대하여 호텔 등 관광 숙박 시설을 짓고 운영하는데 혜택을 주겠다는 내용이다. 이러한 제도적 지원으로 서울 시내 호텔 수는 법 시행 5년 동안 2배가 넘어섰다. 취지대로 공급은 늘었지만, 상대적으로 경쟁이 늘어 수익률이 떨어졌다. 게다가 관광 산업에 충격을 주는 대외적 이슈가 연달아 터지면서 호텔의 아우성도 늘어갔다. 때마침 우리는 도심에 청년 1인 세대를 위한 주택 공급에 몰두하고 있었기에 이 문제를 우리의 기회로 받아들였다.

주택과 비주택의 경계는 넘사벽

그러나 파고들수록 이 문제는 쉽지 않았다. 주택과 비주택은 적용되는 법 자체가 달라 서로 용도를 바꾸려고 하면 걸리는 문제가 한둘이 아니었다. 특히 비주택인 호텔을 주택으로 바꾸는 일이 어려웠다. 주택을 지을 때 따라야 하는 "주택법"은 호텔을 지을 때 적용하는 법보다 훨씬 까다로웠기 때문이다. 게다가 호텔을 지으라고 용적률을 추가로 허용해주고 주차를 감면해주는 등 인센티브를 주었는데, 주택법에는 주어지지 않는 내용으로 호텔이 주택으로 바뀌는 순간 이 인센티브가 불법이 될 수밖에 없었다. 이 외에도 복도폭 문제, 슬라브 두께나 단열재의 사양 등 다양한 문제가 불거질 수 있었다.

우리는 2019년 한 해 동안 거의 스무 군데의 호텔을 실사하고 도면을 분석하였고, 주택 공급에 관심이 있는 지자체와 수차례 회의를 하였고, 서울시 담당 부서 지자체 시설관리공단 SH공사 등과 협의하였지만, 해당 문제를 넘어설 수 있는 돌파구를 찾지 못했다. 그럼에도 점차 늘어나는 1인세대의 수요에 맞추어 도심 요지에 양질의 주택을 신속하게 공급할 수 있다는 희망 때문에 이 문제를 쉽게 포기할 수 없었다. 도심에 주택 공급을 하려면 인허가 기간 포함하여 2년에서 3년은 필요하고, 적합한 부지 발굴과 금융 조달 등 다양한 이슈를 넘어서야 하지만, 용도 전환만 가능해지면 이 문제를 일시에 넘어설 수 있기 때문이다.

LH 사회주택 추진단의 등장과 새로운 희망

일이 지지부진 풀리지 않다가, 2021년 초 LH는 사회주택 추진단을 출범하였다. 사회주택 추진단은 주택 공급에 관한 새로운 모델을 찾고자 했고, 우리는 마침 제안할 수 있는 괜찮은 모델이 준비되어 있었다. 이들도 이미 비주택 용도변경 모델에 대해 고민을 해왔기에 필요한 제도 개선에 대해서도 적극적이었다. 게다가 우리는 여러 호텔을 검토하면서 제도 개선을 최소화하면서 용도변경이 가능한 호텔을 찾아냈다.

리첸카운티 호텔 B1

안암동에 있는 ‘리첸카운티’라는 호텔은 2013년 주택으로 사용승인을 받은 건물이다. 관광산업이 붐을 일으키면서 호텔로 전환했다가, 코로나19로 개점휴업한 상태였다. 그사이 관련 법이 강화되면서 다시 주택으로 되돌리기도 어려운 상황이 되었으나 그리 어려운 문제는 아니었다. 준비 기간은 2018년 12월부터 2020년 여름 무렵까지 거의 2년 가까이 걸렸지만, 2021년 6월 LH의 매입약정이 체결되고 이후 공사는 불과 5개월 만에 신속하게 진행될 수 있었다.

그냥 공동주택 말고 안암생활

안암생활은 지하에 두 개 층과 지상 1층에 근린상업 공간을 가지고 있었다. 우리는 이 공간을 최대한 활용하여 우리가 만드는 주택에 특별한 성격을 가지도록 하였다. 수많은 오피스텔이나 도시형생활주택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넓은 공용공간을 이용하여 1인 세대에 꼭 필요한 공유공간을 계획하였다.

우리는 지상 1층에서 지하 1층으로, 지하 1층에서 지하 2층으로 슬래브를 뚫어서 지하가 가진 한계를 극복하려고 하였다. 지상의 공간이 내부 계단을 통해 이어지도록 하였고, 특히 지하 두 개 층은 주거 공용공간으로 계획하였는데, 그중에서 지하 2층은 세탁실이나 공유주방과 같은 입주민의 사적인 공간으로 만들고, 지하 1층은 스튜디오나 코워킹 공간과 같은 프로그램을 통해 입주민과 지역민들이 교류할 수 있도록 하였다.

오픈데스크, 미팅룸, 생활지원 오피스 등이 있는 안암생활 B1

1층에서 지하 2층으로 이어지는 계단은 더 커다랗게 개방하여 큰 계단을 만들어 지하의 폐쇄적인 느낌을 없애 작은 도서관이나 강연이나 발표와 같은 공용 프로그램을 기획하기 좋게 하였다. 지상 1층은 상가를 유지하되 입주민 가운데 해당 상업공간을 이용해 창업에 도전하도록 샵인샵 프로그램을 기획하였다.

스튜디오, 강연 및 발표 공간, 공유 거실 및 주방 등 풍부한 기획공간을 통해 안암생활은 ‘창작주택’이라는 성격을 부여할 수 있었다. 시세의 절반도 안 되는 임대료와 안정적인 거주를 보장하는 곳에서 한발 더 나아가 창업이나 창작을 준비하는 청년들이 함께 모여 무언가를 도모하고 시도할 수 있는 곳이 있다면 얼마나 멋질까!

1층에서 지하2층으로 이어지는 계단

안암생활은 호텔이라는 태생을 가졌지만, 현재 한국에서 집이 가지고 있는 완고한 상식에 충격을 주었다. 집은 소유의 정점이고, 기능적으로는 잠자고 밥 먹는 곳이라는 상식 말이다. 청년들은 안정적인 집을 보장하는 튼튼한 벽도 필요하지만, 벽 너머로 이어져 외로움을 극복하고 싶어 하며 함께 사는 가치를 통해 자아를 더 드러내는 방법을 찾길 원한다. LH라는 공공이 함께 하였기에 많은 한계를 넘어 실현할 수 있었다. 안암생활은 비주택 용도변경 사업에 여러 제도 개선을 끌어내 국가 주거정책에 영향을 미쳤고, 우리나라 청년 주거 문화에도 많은 시사점을 던져주었다.



log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