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부키 Social Developer

장벽 없는 아이들의 창의꿈터 (주)아이부키

2014.04.29 14:28 /


  강일동주민센터 바로 옆 골드프라자 9층 902호. 엘리베이터가 열리고 복도에 들어서자 투명문 안으로 움직임들이 보인다. 아이부키 사무실이다. 문을 열자 이광서 대표가 반갑게 우리를 맞았다. 대부분 허름한 사무실이 기본인 사회적기업 사무실. 그러나 아이부키는 고층빌딩의 9층에 자리 잡고 있었다. 사무실을 휘감는 통유리 창문과 저 멀리 설산(남한산성)이 병풍처럼 장식하고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무실에는 최소한의 사무용품만 갖추고 3명의 직원들이 바쁘게 움직이고 있었다. 따뜻한 원두커피를 따라 주는 이광서 대표와 함께 그들의 이야기를 시작했다.


  서울대에서 서양화를 전공한 이광서 대표는 2001년 경기도 광주시의 한 특기적성학교에 미술교사로 취업한다. 그 고등학교에서 특히 미술 특기적성교육 참여 학생들 대부분이 소위 말하는 "문제아"였다고 한다. 초기 몇 달간은 이 대표만 혼자서 그림 그리고 만들고 했단다. 그러다가 몇 달 지나자 아이들이 말을 걸기 시작했고 대학입시에서 어느 정도 자유로운(?) 아이들의 형편상 평범한 학교미술을 벗어나 다양한 미술활동을 함께 진행할 수 있었다. 그때 만난 제자 중 한 명이 대학을 졸업하고 현재 이 대표와 함께 일하고 있다고 하니 이 보다 더 끈끈한 스승과 제자 관계가 있겠는가!

  고등학교 미술교사였던 당시 이 대표는 미술교육을 매개로 아이들과 소통하며 변화를 관찰했다. 획일화된 학교교육에서 마치 오아시스를 만난 물고기처럼 자유롭게 그들이 생각을 표현할 수 있어서였을까? 이 대표의 교육을 듣기 위해 다른 학교 아이들도 몰려 왔다고 한다. 하지만 얼마 후 교내에서 보직이 교사에서 행정업무로 바뀌면서 "재미없는" 학교생활이 시작되었고 다시 "목적"을 찾기 위해 퇴사를 결심한다. 얼마간 개인 스튜디오를 운영하면서 제자들과 함께 벽화와 독거어르신들 영정그림 봉사를 하면서 활동을 하다가 생계를 위해 입시학원도 운영했었다고 한다. 그러나 역시 재미없는 삶이었다. 아이들과의 교감보다 입시가 우선순위인 입시학원은 그에겐 창살 없는 감옥이었으리라.


  창의미술교육 네트워크 "바탕소"가 설립된 시기가 바로 이 시기인 2006년이었다. 처음 바탕소는 입시위주의 교육풍토에서 아이들의 창의성을 살리고 그들의 이야기를 표현해주는 미술교육을 꿈꿔왔던 소수 학원들의 연합체로 출발했다. 사회에서 바라보는 이들의 도전은 "혁신"이었다. 설립 한 달만인 2006년 7월 중앙일보, 한겨레, EBS 등 매스컴에 오르내리기 시작했고 같은 해에 연구소와 출판사를 설립하였다.

 

  "아이들이 장벽 없이 뛰어 놀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 바탕소의 궁극적인 비젼. 이를 위해 이 대표는 보다 효과적인 사회공헌을 위해 사회적기업을 선택했다. ㈜아이부키가 바로 그런 회사이다. 직원 3명의 단출 하지만 내실 있는 기업, 편집과 디자인, 출판이 한 번에 이루어지는 효율적인 회사다. 2012년 11월 서울시 혁신형 사회적기업으로 선정된 ㈜아이부키는 "어린이들이 마음껏 꿈꾸는 세상을 만들어간다는 이념으로 획일화된 기존 예술교육에서 탈피해 자율성과 상상력을 키워주는 교육컨텐츠를 개발․연구하는 기업으로 서울시 혁신형 사회적기업 공모에서 "시민이 주인이 되는 도시"부문에 선정되었다. 특히 SH공사 협력사업인 "와글와글 우리동네 도서관"사업은 강일동 고덕리엔파크 아파트 내에서 주민참여형 문화공간으로 변모시켜 지역주민의 소통과 화합을 이끌어 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전국 30여개의 네트워크 연합체인 바탕소를 기반으로 아이부키 프로젝트를 통해 창의미술교육의 새 지평을 열고 있는 이 대표에게 아이들이 가지고 있는 "장벽"이 무엇이냐고 물었다.
 

"경제적 격차가 정보의 격차, 지역 간 격차를 일으키지만 그보다 아이들의 상상력이 마음껏 숨 쉴 수 있도록 아이들의 세계를 인정하고 그들의 눈높이에서 창작물을 이해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이미 세상에 대해 잘 알고 있다고 생각하는 어른들은 사실 아이들의 세상이 존재하고 있음을 잊고 있을 지도 모른다. 중요한 건 아이들의 세계를 인정하는 것. ㈜아이부키는 아이들이 직접 그린 그림을 책으로 만들 수 있는 편집툴을 제공한다. 부자 집 아이나 가난한 집 아이나 자신이 상상한 그림을 웹사이트 "바탕소(http://batangso.com)"에 올려 공유할 수 있다. 이를 위해 이 대표는 에디터의 업그레이드와 모바일버젼 출시를 준비 중에 있다. 특히 컨텐츠의 확장성 측면을 고려하여 소셜네트워크 기능을 추가하고 있다.


  ㈜아이부키의 수익구조는 디자인, 편집 등 주로 출판사업을 통해 발생한다. 예컨대, A라는 아동이 자신이 그린 그림을 "바탕소"의 에디터를 통해 사이트에 올리면 PDF 파일이 생성되는데 이를 포토북업체에 넘겨 책으로 출판하고자 할 때 이용자로부터 15%의 수수료를 받는다. 이 과정에서 아이들의 컨텐츠를 스토리텔링 기법을 통해 편집하게 되는데 이 때 능력 있는 무명작가가 함께 참여하게 된다. 즉, 진행과정에서 무명작가들의 일자리도 창출되는 구조인 것이다.
 

  창의 컨텐츠, 순수한 어린 영혼들이 그린 때 묻지 않은 창조물들이 뒤엉켜 또 다른 작품을 토해 낸다. 이 컨텐츠들은 출판시장과 맞닿으면 어마어마한 위력을 뿜어낸다. 그래서 ㈜아이부키는 "so child"라는 신무기를 구축하고 있다. 서버를 미국에 두고 세계 곳곳의 아이들의 창의적 "창조물"들을 축적하는 것이다. 이미 영어버전 작업을 진행 중에 있다.

 

  회화 전공이었던 이 대표가 플랫폼과 어린이 도서관 사업까지 하게 된 건 어찌 보면 당연한 결과였다. 이야기를 나누는 내내 이 대표는 어린 아이의 순수성을 잘 "표현"할 수 있도록 도와주어야 한다고 강조했었다. 어린 아이들의 순수성, 그 놀라운 상상력이 잘 표현될 수 있도록 대안 미술교육의 새 지평을 열고 있는 이 대표에게 사업가정신을 넘어 사회사업가 정신을 느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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