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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주 청년들의 주거 공동체, 이웃 주민들의 문화공간 되다

행복둥지 이야기 공모전 일반 공동체 부문 '대상' 동대문구 장안동 공유주택 ‘장안생활’

2022.01.07 15:54 / 한겨레

동대문구 장안동에 있는 청년 공유주택 ‘장안생활’은 독특한 모양의 건물로 동네 주민들의 관심을 끌고 있다. 카페, 꽃집, 서점 등 내부 근린생활시설을 주민들에게 개방하고 사진 출사 등 문화체험프로그램도 주민들과 함께 한다 (장안생활 제공)

 

3년 전 문 연 공유주택, 청년 32명 거주


입주민 주도 공동체 활동 추진 위해 올해 입주민 자치회 꾸려 대표 뽑아


공동재원 집행 경험, 공유공간 개선, 입주민은 일상 소통에 전용 앱 활용


입주 단계에 맞춰 만든 퀘스트 수행 완수 뒤 앱에서 인증하면 보상받아


동네주민, 유휴공간 활용한 시설 이용

 

한 입주민이 7층 공유공간에서 직접 기획한 프로그램을 다른 입주민들에게 설명하고 있다. (장안생활 제공)
 

장안생활은 동대문구 장안동에 있는 공유주택이다. 2019년 10월에 완공돼 입주가 시작됐고, 4층부터 7층까지 주택 각 층에 8명씩 청년 32명이 살고 있다. 우리는 공유주택을 표방하며, 4개의 공유공간을 바탕으로 모든 입주민이 이 공유공간에서 지속해서 만나기를 바라고 있다.
 

올해 들어 장안생활에는 이런저런 변화가 생겼다. 가장 큰 변화로는 입주민이 직접 자치회를 꾸리고 대표자를 선출하게 된 것이다. 그 전에는 운영사인 아이부키에서 공간 기획과 커뮤니티 프로그램을 주도했다. 운영사의 노력으로 다양하고 재미있는 모임과 활동이 많이 만들어졌다. 운영사는 커뮤니티 지원팀을 따로 구성해 입주민 환영회와 입주민 적응을 돕는 콘텐츠를 만들었다. 공간의 성격을 바꾸고 거기에 맞는 모임을 지원하기도 했다. 그러나 커뮤니티 지원팀 운영 기간이 끝나면서 활동이 이어지기 어려워졌고, 운영사 쪽에서도 입주민이 주도적으로 이런 일들을 해보기를 바랐다.
 

물론 그 과정이 순탄치는 않았다. 우여곡절 끝에 입주민 가운데 입주민 자치회를 만들어보겠다는 사람들이 나타났다. 운영사 쪽은 월 150만원의 활동비용을 지원하기로 약속했다. 대신 입주민 자치회가 기존의 커뮤니티 지원팀이 맡고 있던 역할 대부분을 직접 이어가기로 했다. 청소, 쓰레기 정리 같은 기본적인 생활관리, 입주민이 원하는 공유공간의 성격을 파악하고 그것에 맞게 공간을 변화시키는 일, 새로운 입주민을 환영하고 커뮤니티로 들어올 수 있게 하는 프로그램을 기획하는 일 등이었다.
 

입주민 자치회가 출범하고 가장 먼저 전체 입주민에게 줄 혜택을 고민했다. 입주민 가운데는 입주민 자치회를 꾸리고 대표를 선출하는 과정에 크게 관심이 없는 사람도 있었다. 그래서 활동비용을 실제로 집행해서 입주민의 삶에 어떻게 적용되는지 알려줄 필요가 있다고 생각했다.
 

자치회에서는 동네 가게를 이용해 샌드위치를 사고, 작은 편지와 함께 모든 입주민에게 제공했다. 그리고 1층 꽃집에서 꽃을 정기적으로 사 사람들이 자주 모이는 4층과 7층 공유공간에 매주 꽂기 시작했다. 우리의 의도는 우리가 사용할 수 있는 공동재원이 있고, 이 비용을 어떻게 집행할지 입주민이 관심을 갖고 직접 참여해 결정하길 바란 것이었다. 다행히 많은 입주민이 관심과 감사함을 표현해줬고, 입주민 자치회 활동을 알리게 됐다.

 

4층 테라스에서 입주민들이 정원 꾸미기를 함께 하고 있다. (장안생활 제공)


다음으로 한 일은 공유공간의 성격을 바꾸는 일이었다. 기존 공유공간은 4층 공유주방, 5층 코워킹 공간, 6층 운동 공간, 7층 거실로 꾸며져 있었다. 입주민들이 현재 공유공간을 어떻게 생각하고 활용하는지를 물어봤다. 자치회를 열고 입주민 채팅방과 앱을 통해서도 의견을 수렴했다. 입주민들이 입을 모아 불편해하는 공간이 6층이었다. 6층은 운동 공간이지만 공유 세탁기가 있어 다른 입주민의 출입이 잦았다. 그러다 보니 운동에 집중하는 게 어려웠던 모양이다. 그래서 우리는 소파와 책장, 테이블을 재배치해 6층을 거실로 바꿨다. 세탁하면서 머물 수 있고 그러면서 입주민끼리의 만남이 이루어지도록. 7층 거실은 작은 주방이 있기 때문에 큰 테이블을 놓아 원래 기능인 식사와 모임에 집중할 수 있도록 했다.
 

또한 공간을 일상적으로 관리하는 일을 세부적으로 항목화하여 보상을 책정했다. 입주민이 직접 활동하면서 보상을 얻게 하기 위함이었다. 책 <이름 없는 집안일에 이름을 지었습니다>처럼 입주민이 함께 쓰는 공간을 관리하는 일에 이름을 붙였다. 덕분에 입주민들이 조금 더 주인의식을 가지고 공간을 사용하고 관리하게 됐으며, 주택 안에서 집안일을 하며 자그마한 이익을 얻어가게 되었다.
 

이어서 입주민과 함께할 수 있는 퀘스트를 계획했다. 퀘스트는 주로 우리가 사용하고 있는 주택 전용 앱을 통해서 진행된다. 각 퀘스트를 완수하고 앱에 인증하면 보상을 주는 식이다. 퀘스트는 입주 단계에 따라 구분하기로 했는데, 신입 입주민 단계에는 자신을 소개하는 인터뷰 작성하기, 퀘스트 하나 진행하기, 장안생활 속 지나치기 쉬운 곳 청소하기 등을 수행하도록 했다.
 

생활단계에는 건물 내 커뮤니티 공간에 있는 ‘생활 가게’에 물건 등록해 판매하기, 무료 나눔 존 이용 뒤 감사인사 전하기, 분리수거 팁 소개하기, 새로운 생활문화 규칙 제안하기 등이 있다. 일상단계에는 사진 공유, 맛집이나 카페 소개, 데일리 룩과 반려동물 뽐내기, 레시피 소개 등을 하고, 커뮤니티 단계에는 입주민 데이트 인증, 입주민끼리 심층 인터뷰하기, 새 퀘스트 제안하기, 소모임 아이디어 제공, 입주민을 위한 재능기부를 한다. 이 모든 건 조금이라도 입주민이 서로에 대해 알게 되고 마주침으로써 커뮤니티를 활성화하기 위해서다. 자치회 활동과 퀘스트 덕분인지 장안생활에도 활력이 더 돌고 있다. 입주민 대부분이 직장인이지만 새로운 모임을 개설하고 퀘스트를 제안하는 빈도가 더 높아졌다.


입주민 자치회가 이런 변화를 주도하는 중에 운영사 아이부키는 자치회 활동을 지원하면서 장안생활에 다른 변화를 준비했다. 바로 유휴공간이던 장안생활 1층, 2층, 8층에 입주민과 동네주민을 위한 시설을 만든 것이다. 1층에는 청년 창업자들이 직접 운영하는 꽃집과 카페를 만들었고, 2층에는 독립서점, 8층에는 커뮤니티 바를 만들었다.


각 공간은 입주민과 동네주민을 위한 다양한 시도를 하고 있다. 바에서는 입주민과 동네주민을 대상으로 칵테일 원데이 클래스를 진행한다. 이 클래스를 수강한 사람들이 직접 요일 하나를 책임지는 ‘요일 바텐더’로 근무하면서 수익도 가져갈 수 있도록 했다. 요일 바텐더별로 자신의 캐릭터에 맞는 콘셉트를 준비하고 자신만의 메뉴판을 짜는 등 매일 새로운 이벤트가 열리고 있다.


2층 독립서점에서는 동네를 돌아다니며 필름 사진을 찍는 출사 모임을 진행했다. 책을 읽고 감상을 나누는 독서모임과 전시, 철학강의 등도 열어 우리가 사는 지역과 동네에 대한 이해를 넓혀주고 있다. 1층 카페와 꽃집은 입주민을 위한 할인과 라테아트 수업, 꽃꽂이 수업 등 지역주민이 함께하는 클래스를 만들고 있다. 장안생활에 사는 입주민은 주택에 살며 자신의 취향에 따라 활동할 수 있는 공간을 제공받고, 지역주민과 만날 수 있는 접점을 만들어나간다. 입주민 간 커뮤니티는 물론이고, 나라는 구성원이 동네로 확장되는 경험을 하는 것이다.


장안생활은 장안동에는 없었던 문화공간을 만들어가고 있다. 장안생활이 도시재생을 위해 지어진 만큼 동네 문화와 커뮤니티의 센터 역할을 하기 위해서다. 무엇보다 장안생활이라는 이름으로, 입주민과 운영사, 상업시설들이 따로 분리되는 것이 아니라 모두 함께 힘을 모아 유기적인 공동체를 만들어간다는 것이 참 멋지다.


우리는 지금껏 없었던 새로운 마을을 만들고 있다고 자신한다. 우리는 도시에 맞는 청년의 마을을 만들기 위해 지금도 바쁘게 움직이고 있다. 오늘보다는 내일이 더 기대되는 곳, 그곳이 장안생활이라 말하고 싶다.

 

 

서울살이 길라잡이 서울앤(www.seouland.com) 취재팀 편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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