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use hunting
기획의도: 서울에서 집을 소유한 사람은 절반도 되지 않는다. 노마드의 도시다. 부동산이 삶보다는 자산의 중심축이 된 사회에서 모두가 집을 소유하는 일이란 불가능할지도 모른다. 그럼에도 사람에게는 ‘집’이 필요하다. 나의 존재를 보장하고 자리를 점유할 수 있으며 환대를 나눌 수 있는 장소가. 다만 그것이 공간 자체로만, 소유나 독점이라는 방식으로만 성립되는 것일까? 노마드의 도시에서 공간은 어떻게 ‘집’이 되는가? 도시는 어떤 식으로 새로운 장소를 만들어내는가? 그 질문과 관련해 ‘공유주택’을 선택해 살고 있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었다. *인터뷰에 응해주신 <장안생활> 입주자 분들게 감사드립니다.
기획/집필/촬영: 윤성희 인터뷰 참여: <장안생활> 입주민 4인 후원: 무아레서점, 한국예술인복지재단 |
넨넨 님 이야기
장안생활에 어떻게 오게 되셨나요.
작년 초에 서울로 와서 가족 한 명이랑 오피스텔에서 자취를 했거든요. 그런데 이곳이 직장에서도 가깝고 가격도 저렴하고 원래 집 인근이라 이사하기도 편하고. 그리고 뭔가 재밌어 보였어요. 사람들이랑 어울려 산다는 걸 한번 해보고 싶었거든요. 올해 2월 입주했는데 되게 재밌어요. 아침에 그냥 나가기만 해도 출근하는 분이랑 마주쳐서 스몰톡 하고.
공간을 공유하는 데 대한 어색함은 없었나요.
지금 직장생활이랑 공부를 같이 하고 있어서요. 너무 바쁘다보니까 집에 있는 시간 자체가 별로 없어요. 아침에 들어갔다 밤에 나오니까 사실 공유공간을 잘 안 써요. 방도 거의 뭐 자러 들어가는 곳....(웃음)
가장 좋아하는 공간은 어디인가요.
옥상이요. 높으니까 주변을 내려다볼 수 있는 게 좋아요. 밤에는 영업장이 있어서 못 가는데, 이제 아침에는 거기서 줄넘기 하려고 합니다. 운동을 좋아하는데 질보다는 양으로 승부해요. 크로스핏 했다가 요즘은 그냥 헬스 해요.
내 방에서는 침대. 방에서 좋아할 만한 공간이 따로 있기가 힘든 사이즈이긴 해요. 좀 작아서.
앞서 인터뷰한 슬 님이랑 사업 파트너라고 들었어요. 어떻게 친해지셨나요.
그러게요.(웃음) 슬 님이랑 한 분 더 있는데. 친해져서 같이 어울리게 된 멤버가. 그런데 어떻게 친해졌지?
(슬 님: 공유주방에서 밥 먹으면서 놀고 있는데 넨넨 님이 오셨어요. 알디 님이 식사하시겠냐고 물었는데 먹고 왔다고 하더라고요. 그럼 과일이라도 드시라고 하니까 마지못해 드시는데, 속으로 ‘아 이분 이런 거 되게 싫어하시나 보다...’생각했었죠. 처음엔.)
낯을 많이 가려서....(웃음) 그때는 좀 사람이 많았거든요. 친해진 이유는, 그냥 자주 봐서 그런 거 같아요. 입주민 모임 하면 누구는 빠지고, 누구는 또 나왔다 빠지고 하는데 그중에 계속 꾸준히 나갔거든요. 슬 님도 그랬죠. 그렇게 계속 남은 사람들끼리 가까워진 거 같아요.
어떤 노력도 딱히 한 건 없고 그냥 생활하다보니 자연스럽게 정이 든 거 같아요. 여기서 재밌는 일도 많았거든요. 가장 재밌었던 게 슬 님 생일파티. 그때 진짜 성대하게 했어요. 슬 님이랑 생일 비슷한 분 한 분 더해서 합동 생일파티 했는데 지인들만 아니라 입주민 분들한테도 “오고 싶으신 분 다 오세요!” 하고 했거든요. 저쪽 테라스에서 나름 크게 했어요. 내가 그날 레크레이션 강사 하고요. 비가 와서 주민센터에서 행사용 천막도 빌려왔어요.
우리 내년에 창업도 할 거에요. 좋은 파트너를 만나서 잘 될 것 같습니다. (웃음) 올해는 일단 실험 기간이고, 진짜 아이템은 내년에. 아이템 없는 거 아닙니다. 내년 되면 말해준다는 거예요. 진짜로. (웃음)
이곳에 자리 잡기 위해 가장 먼저, 아니면 특별히 하신 일이 있었나요.
가장 먼저 한 일은... 짐 옮긴 거? 그때부터 그냥 여기가 내 집이라는 생각을 했어요. 공간은 달라졌어도 내가 가지고 온 것들은 그대로 있으니까. 딱히 낯설지도 않았고.
가지고 있는 것들 중 좋아하는 물건을 소개해주세요.
마라톤 메달들이요. 작년에 시작해서 지금도 계속 하고 있어요. 회사 동아리에서 시작해서 같이 뛰기도 하고, 혼자 뛰기도 하고. 메달을 모을수록 진짜 성취감이 있어요.
독립성을 보장받고 싶은 마음과 타인과 연결되고픈 마음, 그 사이에서 어떻게 균형을 잡고 있나요.
여기 살고 있어도 생각보다 사람들을 많이 만나진 못해요. 그래서 되게 독립적인 공간이라고 느끼기도 하거든요. 그냥 옷만 좀 갖춰 입어야 된다 정도? 부엌에 가려면 바지를 입고 나가야 한다던가 그런 신경을 아예 안 쓸 수는 없죠. 뭐 완전히 프라이빗하게 살고 싶은 분들은 여기서 못 살겠죠. 그런데 반대로 완전히 다른 사람이랑 섞여 살고 싶다 해도 또 그것도 안 될 거거든요. 나는 그냥 지금 이 정도로 충분하다 생각했고. 어떤 균형을 잡아가며 산다... 이런 생각은 한 번도 해보진 않았네요.
그래도 남과 같이 산다는 느낌이 있는 것 같긴 해요. 그런데 그렇게 침해받는 느낌은 또 아니고. 어쩌면 침해받는 걸 수도 있지만 나는 지금 그냥 내 마음대로 살고 있다는 느낌이거든요. 딱히 불편함은 없는 거 같아요. 아, 부엌에 프라이팬이 지저분한 거? 그래서 나는 내 거 가져와서 따로 써요. 좀 있다가 우리가 그거로 대하구이 해먹고 버리려고요. (웃음)
자가 보유나 정주에 대한 바람도 있으신가요.
예. 그런 주거형태의 필요성은 여전히 유효한 거 같아요. 그래도 집만큼은 분리돼 있는 것도 나쁘지 않은 거 같고. 사람은 밖에서도 많이 만날 수 있으니까 집은 그래도 내 공간인 게 좋지 않을까?
그래도 지금 여기 정도의 느낌은 괜찮은 거 같아요. 분리가 되어 있는 느낌이라. 부엌만 같이 쓰고 있다는 느낌? 그런데 공유주택은 좀 성향 차이인 거 같아서 무조건 추천하지는 못할 것 같고. 그래도 한 번쯤은 살아보는 건 좋은 거 같아요.
이곳은 넨넨 님에게 어떤 공간인가요?
뭐랄까 별장 같기도 해요. 본가가 용인이라 자주 가거든요. 그래서 집은 거기고 내 방은 여기 같고.
내가 여기서 언제까지 살고 있을까 하는 생각은 많이 해보긴 헀어요. 얼마나 있겠다고 결정한 건 없는데, 웬만하면 별일 없이 여기에 죽 살고 싶기도 하고 한 몇 년 정도만 있을 수도 있고. 아마 떠난다면 회사가 멀어지거나 같이 사는 사람이 별로일 때, 삶에 불편함을 느낄 때 아닐까. 지금 당장은 아니지만 더 큰 집에 살고 싶다거나. 그런데 그때는 또 이 생활이 그리울 거 같긴 해요. 그렇다고 평생 공유주택에 살 것 같진 않네요.
여기를 아주 특별하게 생각해본 적은 없거든요. 그래서 여기가 내게 어떤 곳이라고 정의하긴 어렵네요. 그래도 여기서 마음 맞는 친구를 만났고 그게 올해 제일 잘한 일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