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아하는 것으로 가득 채우는 공간 안암즈 인터뷰 vol.5  행복디자이너 제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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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하 1층 스튜디오에서 촬영한 제이 님의 프로필 사진

Q. 간단하게 자기소개 부탁드리겠습니다!

저는 지금 온라인 MD를 하고 있고, 또 제 브랜드를 작게 운영하고 있는 26살, 제이라고 합니다.

 

Q. 각각 어떤 일인지 조금만 더 소개해주실 수 있나요?

온라인 엠디는 종합몰에서 상품들을 관리하는 일을 하고 있고, 제 브랜드는 홈웨어를 직접 디자인하고 제작해 판매하는 일을 하고 있습니다. 1인 브랜드입니다. 작년에 동대문구 봉제협회와 제 학교 산학협력으로 지원을 받아 시작한 브랜드에요. 잠옷에 대해 늘어난 관심에 비해 디자인과 퀄리티가 모두 뛰어난 브랜드는 없다고 생각해서 아쉬웠어요. 그래서 직접 만들어 보았습니다. 펀딩을 한 번 해보고 이후에는 제 몰에서 판매하고 있어요. 제 잠옷은… 업계 용어로 ‘와끼친다’고 하는데 안감의 봉제선까지도 살에 닿아 느껴지지 않게 한 번 더 감아 주었어요. 택도 모두 바깥으로 빼고요. 어쩔 수 없이 안감에 위치한 케어 라벨은 절취선을 내어 자를 수 있게 해 두었어요. 고민을 정말 많이 하며 만들어서 애정이 많은 브랜드에요. 지금은 1층 편집샵에도 입점 되어 있어요!

 

"그 때 느껴요. ‘이렇게,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하니 너무 행복하다. 좋다.’"

Q. 자신의 브랜드를 운영한다는 게, 누군가가 시켜서 하는 일도 아니고 하고 싶은 마음이 스스로 드셨다는 건데, 원래 자기 주도적인 성향이 강한 편이세요?

예전부터 사업을 하고 싶다는 생각은 있었는데, 이렇게 빨리 시작하게 될 줄은 저도 몰랐어요. 서울시로부터 자금을 지원받고, 도움을 주신 주변 분들 덕에 운 좋게 시작하게 됐어요. 막상 해보니까 회사생활보다도 더 잘 맞는다고 느꼈어요. (웃음) 사업이 체질이더라고요. 사실 스트레스도 많이 받고 힘들어요. 옷을 입기만 할 땐 모르지만, 만드는 디자이너의 입장에서는 ‘단추를 플라스틱으로 할 지 자개로 할지, 원단은 무엇으로 하고, 어떻게 박을지, 몇 mm로 할 지…’ 하나부터 끝까지 고민하다 보니 만드는 내내 스트레스거든요. 하지만 이런 과정을 통해 제 맘에 드는 결과물이 나오는 순간 정~말 행복해요. 그 때 느껴요. ‘이렇게,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하니 너무 행복하다. 좋다.’

 

Q. 안암생활에는 어떻게 들어오게 되셨어요?

그 당시엔 원룸에 살면서 제 브랜드만 운영하고 있을 때였는데, 제가 디자인을 직접 하다보니 집에 원단등의 소품이 너무 많았어요. 사무실도 없이 집에서 일을 하다 보니 생활 공간과 작업 공간이 분리가 안 됐죠. 제가 자는 공간에 먼지가 날리는 등 힘든 점이 많아서, 투룸까진 아니어도 복층이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복층 집을 알아보던 차에 알고리즘에 맞춰서 딱 인스타그램에 광고로 뜨더라구요.

 

Q. 안암생활에 들어와서 바뀐 게 있다면, 어떤 게 있을까요?

안암생활을 지원한 또 다른 계기는 외로움을 느껴서였어요. 저는 외향형인데 서울에 친구가 많지 않다 보니 힘들더라고요. 안암생활에 제 친구를 소개해주어 같이 입주하기도 했고, 안암생활 안에서 새 친구도 새로 사귀고, 또래인 이웃들과 함께 지내다 보니 외롭지 않아 좋은 것 같아요.

 

Q. 친구들은 어떻게 만나게 되셨어요?

요가 소모임을 참여하면서 만나게 됐어요. 저는 직장에 가다 보니 주말에만 참여하고 있어요. 한 주의 마무리도 되고, 여럿이 할 수 있다는 점이 좋은 것 같아요. 혼자 하면 의지가 약해져서 안 하게 되거든요. 끝나면 각자 어떤 자세가 어려웠는지 이야기를 나누기도 해요. 일요일 저녁 모임이다 보니 각자의 이야기를 하기도 하고요.

 

Q. 요가가 어렵진 않으세요?

요가가 겉보기엔 굉장히 고요한 운동 같지만, 내면에서는 아주 역동적인 운동이에요. (웃음) 엄청 힘들어요. 아직은 어렵지만 조금씩 나아지는 걸 모두 느끼고 있어요. 나중에 날씨 좋은 날, 옥상에 매트 가지고 올라가서 다 함께 해보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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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제이님이 안암생활에서 가장 좋아하는 공간은 어디세요?

저는 옥상이요! 왜냐하면 이 근방에 가장 높은 건물이 안암생활이다보니 시야가 탁 트여있어서 좋아요. 테이블 등도 잘 되어있어서 좋고요. 저는 2021년 첫 날의 일출도 여기 옥상에서 봤어요. 저 밖에 없을 줄 알았는데 이웃 분들도 일출 시간이 되니 하나 둘 이불을 가지고 나오시더라고요. 재미있는 경험이었어요. 제가 식물도 키우고 있는데, 그 친구들이 비실비실해지면 한 번씩 데리고 올라가곤 해요. 노트북을 들고 올라가 작업을 하기도 하고요.

 

Q. 그러면 집에서 혼자 즐기는 소소한 취미도 있으세요?

저는 식물도 키우고, 요즘엔 조주에 빠져 있어요. 블로그도 운영하고 있어요.

 

Q. 식물은 언제부터 키우시게 된 거에요?

첫 자취방이 반지하였는데,

외로운 마음에 식물을 하나 키우게 됐어요. 햇빛도 잘 안 들텐데 생각보다 너무 튼튼하게 잘 커줘서, 지금은 함께한 지 3년 째 되어가요. 그 친구를 시작으로 엄마 집에서, 할머니 집에서, 당근마켓에서 하나 하나 데려오다 보니 지금은 다섯 친구가 되었어요. 그렇게 정이 많이 들어서, 시들면 속상하고 그래요.

 

Q. 하나 소개해주실 수 있어요?

저는 스칸답서스요. 넝쿨로 막 자라는 친군데, 이 친구가 햇빛이 많이 없어도 잘 자라거든요. 얼마 전에도 새 잎을 피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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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그런데 주조는 어쩌다 관심을 갖게 되셨어요?

다양한 술을 좋아해서 많이 마셨어요. 블로그에도 편의점에 새로운 술이 나오면 마셔보고 리뷰를 하기도 하고요. 그러다 공부를 해보고 싶어졌어요.

 

Q. 그러면 제이 님이 아끼는 사람을 초대했을 때 추천하고 싶은 술이 있으세요?

저는 특정한 브랜드를 뽑기 보다는, 아주 드라이한 화이트와인을 추천하고 싶어요. 화이트와인은 어떤 음식이랑 먹어도 잘 어울리고, 자기 전에 마셔도 좋고, 아침에 마셔도 좋고…. (웃음) 대신 취할 정도로 마시진 않아요. 전 취하면 기분이 안 좋더라고요. 기분 좋은 만큼만 마시는 걸 좋아해요.

 

Q. 제이 님이 기획하는 모임이 있다고 들으셨는데, 그건 뭐에요?

작년 12월부터 기획하던 모임인데, 이름이 ‘짠짠짠’이에요. 제가 짠짠짠 회장이고요. 어떤 모임이냐면, 격주로 만나 그 주 모임의 테마와 술을 정해요. 테마는 매번 바뀌고, 술은 주로 혼자 마시긴 힘든 술로 정해요. 양이 많다거나, 조금 가격이 있거나 하는. 술은 제가 사고, 그 날 모임에 참여하시는 분들은 별도의 참가비는 없지만 그 술에 어울리는 안주를 가져오시면 돼요. 처음엔 제 지인들로 시작하지만 나중에는 각자의 지인들이 모여 서로 모르는 사이도 함께 어우러지는 것을 생각하고 만들었어요. 하지만 코로나 때문에 4인 제한이 시작되면서 못하고 있어요.

 

Q. 너무 가고 싶어요! 첫 모임을 한다면 어떤 술을 가져가실 거에요?

토끼소주요. 소수가 한국의 전통 술이잖아요, 그런데 그걸 미국 양조장에서 미국 분이 만드신 거에요. 지금 한국으로 역수입이 되고 있어요. 제가 이 술을 알게 된 2-3년 전만 해도 우리나라엔 그 술이 없었는데, 지금은 들어와서 쿠팡에서도 팔더라고요. 너무 신기하고 반가웠어요. 미국인이 만든 한국 소주라고 해서 저도 한 번 먹어보고 싶어요.

 

Q. 안암생활을 살면서 꼭 해보고 싶은 활동이 있으세요?

옥상에서 이웃들과 바비큐 파티를 꼭 해보고 싶어요. 너무 재미있을 것 같아요! 아직은 좀 선선하지만, 여름이 오면 옥상 바람이 시원하게 느껴질 테니 여름에 해보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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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제이 님은 안암생활의 파티룸을 기획해주기도 하셨는데, 완성을 앞두고 기분이 어떠신지 궁금해요. 공유주택 안에 자신이 기획한 공간 하나가 생겨나는 거니까요!

일단 어려웠던 점은, 공간에 한계가 있었다는 점이었어요. 한계 안에서 예쁘면서, 최소한의 것도 다 갖춘 공간을 설계하려니 어려웠어요. 하지만 완성되어가는 모습을 보니 뿌듯하고, 사람들이 이 공간을 많이 이용해 주었으면 좋겠어요. 지금 코로나 때문에 안암생활의 원래 취지와는 다르게 이웃 간에 못 친해지고 있는데, 이 공간을 계기로 조금 더 친해질 수 있으면 좋을 것 같아요. 우리처럼 타지에서 혼자 사는 사람에게는 내가 누구와 함께 살아가고 있는지를 아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하거든요. 불안감을 해소하기에요. 그래서 소모임도 그런 역할을 해주는 것 같아서 함께 소모임을 해주시는 분들께도 항상 감사해요.

 

"옛것과 새것이 공존하는 안암이 서울스러워서 좋아요"

Q. 마지막 공식 질문이에요. 안암이라는 동네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세요?

제가 이 곳에 얼마나 오래 살게 될지는 모르겠어요. 하지만 언젠가 안암을 떠나게 되면, 참 아쉬울 것 같아요. 제겐 안암이 ‘서울’같거든요. 누군가에겐 강남이 그런 곳일지도 모르겠지만, 저는 산책로도 있고, 하천도 흐르고, 사람도 많고, 노점도 있는 옛것과 새것이 공존하는 안암이 서울스러워서 좋아요.

 

자신이 좋아하는 것으로 삶을 가득 채운 제이 님의 이야기가 참 흥미로웠어요. 오늘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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