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재생의 출발은 주거재생으로부터 (2018.01.25)

도시재생의 출발은 주거재생으로부터

 

글. 아이부키(주) 이광서 대표

금천마을신문 금천IN 2018년 1월 사회적경제 특별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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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산동에 3월 준공 준비중인 사회주택인 '홍시주택'이다. 서울시와 사회적기업이 협력하여 짓고 운영하는 착한 원룸으로 1층의 근린생활공간을 통해 지역활동의 거점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문재인 정부는 8.2 부동산대책에 이어 얼마전 주거복지 로드맵까지 발표했다. 핵심은 투기에 기댄 기존 부동산 체제를 혁신하겠다는 것이다. 8.2 대책이 기존 흐름을 억제하는 것이라면, 이번 로드맵에는 억제책과 함께 대안이 무엇인가를 담고 있다고 하겠다. 기존 부동산 체제의 혁신과 그 대안이 될 씨앗을 싹틔우기가 문재인정부 부동산과 주거정책의 핵심이다.

 

촛불의 열망과 함께 탄생한 정부가 과거의 실패를 반면삼아 기존 체제 혁신에 온 힘을 쏟아붇고 있으니 숨죽이고 지켜볼 일이다. 통제 불가능했던 부동산 자본세력이 점차 국가의 통제권 안에 들어오게 되면 우리 삶에 많은 긍정적 변화가 생길 것이다. 우리 생활에서 가장 큰 부분 가운데 하나가 주거문제이기 때문이다.

 

자본주의는 근대 산업사회의 산물이지만 사회적 가치는 인류의 본질적인 영역이라는 점을 다시 상기할 필요가 있다. 사회의 영어 표현인 social은 사귄다는 뜻이다. 사회적 동물로서 사람은 서로 사귀는 가운데 존재의 가치를 발견한다. 즉 자본주의는 생산의 혁신적 증대가 만들어낸 근대의 산물이지만, 사회주의는 마르크스-레닌주의 사상에 한정되는 자본주의와 대비되는 개념이 아니다.

 

플라톤의 이상주의 국가론에서부터 나오는 사회주의socialism는 실제로는 그보다 더 근본적인 개념이다. 사회주의는 결혼하고 애낳고 교육하는 사회적 동물로서 인류 보편의 가치에 기인한다. 생산 영역의 가치와 생활 영역의 가치는 엄연히 그 지향하는 바나 작동하는 방식이 다르다. 자본주의는 생산과 관련되므로 효율성을 달성하는 것이 미덕이지만 우리 생활에 자본주의적 경쟁과 효율 추구에 대한 요구가 많아지면 삶이 피폐해진다.

 

생활 영역은 사회적 가치를 지킬 수 있도록 자본주의의 발톱으로부터 보호되어야 한다. 이제 우리는 잘 나누기만 한다면 그럭저럭 먹고살만큼의 경제적 성취를 이뤘다. 그러나 경제적 성취를 위해 달려오던 때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악다구니 경쟁체제를 옹호하기만 해서는 변화된 사회 환경에 맞는 유연한 해결책을 제시할 수 없다.

 

불과 2~30년 만에 우리는 산업 발전, 도시의 팽창 과정을 거치면서 전통적 가족 개념은 거의 해체되기에 이르렀다. 핵가족을 넘어 1인 세대가 폭발적으로 늘어나면서 공동체의 새로운 대안이 필요해졌다. 이른바 사회적 가족이라고 할 수 있는 다양한 공동체 사업을 통한 사회연결망의 확대가 절대적으로 요구된다.

 

그런 의미에서 주거권은 사회적 가치를 달성하기 위한 기본권으로 인식되어야 한다. 주거가 우리의 공동체적 삶을 펼치는 플랫폼 역할을 하는 것은 시대의 요구다. 투기의 줄타기에 오를 수밖에 없던 부동산 개발을 대체할 공동체성이 담긴 주거모델이 나와야 하는 것이다. 단지 취약계층의 주거복지를 추구하는 일 외에 새로운 시대의 비전을 제시할 필요가 있다.

 

소셜 디벨로퍼라는 새로운 전문가들의 출현이 요구된다. 소셜 디벨로퍼는 지역의 신뢰를 축적하고 더 나아가 다양한 사회관계망을 창조해낼 수 있는 전문가를 말한다. 엔지니어링 영역과 활동가 영역이 구분되는 것이 아니라, 엔지니어링부터 문화, 복지, 경제적 영역을 두루 중재하고 연결성을 만들어낼 수 있는 통합적 접근법이 있어야 하는 것이다.

 

일본의 야마모토 리켄이라는 건축가는 '지역생활권'이라는 개념을 주창했다. 눈여겨 볼 점은, 단순히 건축이나 임대주택 운영에 한정되지 않고 경제와 문화를 포함한 생활 영역 전반에 걸쳐 자족적인 공동체 마을에 대한 대안을 제시했다는 점이다. 극도로 개인화된 일본의 주거문화에 대한 공동체적 대안을 제시한 것이다.

 

우리 사회는 단순한 권력 위계로 작동해왔다. 학벌, 정치 권력, 재력 등이 이 사회에서 서열을 만들어내는 중요한 요소들이다. 그러나 사회가 이렇게 단순한 기준을 통해서만 작동된다면 투박한 계층구조가 만들어내는 억압적 환경 때문에 상승욕구가 무뎌지고 유연성과 창의성이 떨어지게 된다. 그러므로 다양한 공동체 형성과 지역권의 자립을 통해 사회를 재구조화 하는 일이 사회의 지속적 발전에 무척 중요하다.

 

지역 활동가들이 남이 지어준 공간에서 활동을 시작하는 것이 아니라, 그 공간을 만드는 일부터 경험을 함께 쌓아간다면 지역 주체로서의 의식은 한층 두터워질 것이다. 뿐만 아니라 플랫폼 역할을 하는 맞춤형 사회주택은 지역이 활성화되면서 발생하는 젠트리피케이션 문제에도 적극 대응할 수 있는 버퍼존buffer zone 역할을 할 수 있다.

 

사회주택은 지역의 자산으로서 변화하는 지역 소요에 적극 대응할 수 있는 기획공간 역할도 할 수 있다. 공공임대가 맞춤형이라는 시대의 요구를 입어 맞춤형 매입임대가 되고, 지자체의 공공부지에 주택도시기금을 결합하여 토지임대형 사회주택을 짓고, 시민들이 직접 협동조합을 결성하여 공동체 주택을 지을 수도 있다. 이런 주택들을 개발하면서 축적된 경험은 활동가들이 지역에 대한 영향력을 키워갈 수 있는 힘을 줄 것이고, 당연히 활동가들의 거점공간 역할도 할 것이다.

 

최근 언론에 수차례 소개된 연희동에 지어질 사회주택 '연희자락'은 기존 사회주택의 규모를 훨씬 넘어선다. 연면적 900평이 넘는 사회주택을 계획하고 짓고 운영하는 주체는 아이부키, 녹색친구들, 안테나라는 세 사회적기업이다. 개별적으로는 규모화가 어려운 사회적기업의 한계를 넘어서기 위해 역량이 서로 다른 사회경제 조직이 연대하여 문제를 해결하는 모델을 만들고 있다.

 

사회적 경제의 장점인 연대와 협력으로 새로운 개발 모델을 만들어나가고 있는 것이다. 단순히 건축물을 짓는데 그치지 않고 지역을 끌어 안고 그 안에서 벌어질 공동체적 삶의 모델을 만들어낸다면 그것이 가장 세계적인 답이라고 할 수 있다. 금천에도 '금천 사회주택기반조성단'이라는 시민들의 자발적 추진체가 논의되고 있다. 독산동(964-42)에 지어지는 사회주택을 출발로 하여 사회주택 자립마을 비전을 실현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

 

아직 우리 주거의 현실은 자본의 틈바구니에서 가쁜 숨을 쉬고 있다. 자본의 손아귀에 있던 주거영역은 이제 사회적 가치를 회복하고, 더 나아가 공동체를 끌어안아야 한다. 시민들의 자발적이고 호혜적인 활동이 사회주택이라는 플랫폼을 만나 극적으로 힘을 얻어 자본 중심의 사회에 대안을 제시할 수 있기를 바란다.

 

 

원문링크

금천사경 20181월호.pd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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