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민포럼] 위안부 할머니들께 노벨 평화상을! (2016.02.14)

위안부 할머니들께 노벨 평화상을!
이광서 ㈜아이부키 대표·논설위원    
입력 2016-02-14 (일) 19:17:39 | 승인 2016-02-14 (일) 19:19:53 | 최종수정 2016-02-14 (일) 19:18:14

 


1991년 고(故) 김학순씨의 첫 증언 이후 25년이 지났다. 그 사이 집계가 어려운 피해자 중 238명이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로 정부에 등록됐고, 현재 단 46명의 피해자만 생존해 있다. 1992년 미야자와 기이치 당시 일본 총리가 방한했을 때 위안부 문제에 대한 공식적인 항의 집회가 시작됐다. 증언자들은 하나둘 생을 마감하면서도 24년간 쉬지 않고 절규했다. 그러나 당사자인 일본 정부의 진정성 있는 고백은 끝내 나오지 않았다. 집회는 멈추지 않았고 올해로 세계 최장기 단일 집회라는 기록을 갖게 됐다.

 

문제가 커지자 지난 2015년 12월 위안부 문제를 청산하겠다며 한일 정부는 서로 손을 잡았다. 그러나 정작 당사자인 피해 할머니들이 그 자리에 없었을 뿐만 아니라, 사과라고 하기에는 너무 강압적이고 마뜩잖은 표현으로 가득 찼다. 일본은 '군의 관여'라는 모호한 표현으로 강제연행을 인정하지 않았고, 법적 책임이 아닌 '사업'이라는 명칭을 붙여 10억 엔을 내놓겠다고 했다. 무엇보다 다시는 위안부 문제를 꺼내지 말라는 '최종적이고 불가역적'인 합의를 요구해왔다.

 

광복을 맞은 지 70년이 흐른 지금 우리는 이 아픈 기억을 까마득히 잊지 않았는지 되물어야 한다. 눈과 귀가 멀어버린 전쟁터에서 인간의 존엄은 쉽게 내던져버릴 나약한 것이 된다. 우리가 잊고 무감각해지면 언제라도 작은 것을 취하려 가장 중요한 것을 내주고 말 지도 모른다. 그러나 무슨 일이 있어도 인간의 존엄은 내주어서는 안될 것이다.

 

제국주의의 광기가 세계를 휩쓸 때 지식인들은 좌절했으며 민중은 지울 수 없는 트라우마를 유전자 깊이 새겨야 했다. 변절자들은 동료와 민족과 인간의 존엄을 팔아서 자신의 안위를 지켰다. 그 어리석음의 경연장에서 건져올린 희생자의 슬픈 노래는 이제 그 기억이 없는 우리의 자손들에게까지 생생하게 전해지고 있다. 끔찍한 잘못을 저지른 기억은 그것을 반복하지 않게 하는 지속적인 자극제의 역할을 한다.

 

위대한 증언자들은 세상의 편견과 과거를 잊으려는 무감각에 맞서는데 모든 것을 받치고 있다. 위안부에 대한 증언은 바로 인류가 잊지 말아야 할 소중한 역사의 진실이요, 인간 존엄의 회복에 대한 힘찬 발언이다. 인류를 더욱 각성시키고 휴머니즘을 고취시킨 공로는 그 어떤 값으로도 살 수 없는 것이리라.

 

지난 일본 정부의 위압적인 사과 성명을 통해 우리는 이 문제가 단지 일본과 한국 정부 차원에서 풀 수 있는 문제가 아니란 것을 알게 됐다. 아베의 성명 이후 동아시아 제국주의의 피해국과 그 당사자들은 오히려 비난의 목소리를 높였다. 이 문제를 만만하게 보았다가는 애써 봉해놓은 상처는 덧나고 더 커질 것이다.

 

언제나 해결책은 관점의 차원을 높이는 데 있다. 즉 위안부 피해자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인류 존엄의 문제로, 한일의 문제가 아니라 동아시아 평화의 문제로, 동아시아의 문제가 아니라 새로운 시대로 나아가야 하는 인류 보편의 문제로 차원을 높이는 순간 문제는 쉽게 해결될 수 있다.

 

그리하여 필자는 용기를 내어 증언하고 투쟁을 멈추지 않는 위안부 할머니들에게 노벨 평화상을 수여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개개인의 문제를 인간 존엄이라는 인류 보편의 문제로 승화시킨 이 투쟁에 대한 국제적인 인정만이 복잡하게 얽힌 정치적 이해관계를 단숨에 뛰어넘어 새로운 비전을 제시할 것이기 때문이다.

 

"내 나이 89세, 싸우기에 딱 알맞은 나이다. 내가 위안부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고 죽으면 앞서 돌아가신 할머니들에게 야단맞는다." 이용수(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는 말했다. 우리는 먼저 길을 낸 사람의 외침을 상기하는 것으로 현재의 과오를 바로잡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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