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민포럼] "신용사회가 우리의 살 길이다" (2014.10.07)
[제민포럼]"신용사회가 우리의 살 길이다"
이광서 아이부키㈜ 대표·논설위원
 
  등록 : 2013년 09월 30일 (월) 20:27:27
최종수정 : 2013년 09월 30일 (월) 20:28: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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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중국·러시아·일본의 사이에 위치하고 있으며 태평양을 사이에 두고 미국과 대하고 있다. 냉전을 벗어났다고는 하나 우리는 여전히 이념이 충돌하는 지점에 있으며, 그 이면에 거대한 경제 권력이 대립하고 있다. 세계사적 긴장이 집중된 지점에 반도라는 가장 극적인 형태로 자리잡고 있는 것이 우리의 현실이다. 알던 모르던 그 긴장감이 우리의 교육열과 국가 발전의 동력임은 분명하다. 우리가 아프리카 대륙 한 가운데 있었다면 지금과 같이 기적적인 발전을 이루었겠는가?

그러나 지금 우리는 제대로 진보하지 못하고 있다. 내부의 갈등이 많지만 그것이 문제가 아니라 그것을 해소할 통로가 없는 게 문제다. 맨날 아이와 싸우고 부부싸움하는 사람은 어리석다. 안에서 죽자사자 싸워봐야 나올 게 없기 때문이다. 싸우려면 밖을 봐야 한다. 우리는 갈등의 통로가 됨으로써 성장하는 반도의 지리적 이점을 누려야 하지만 오히려 고립돼 있다. 북과의 관계는 그야말로 최악이고 러시아는 요원하고 일본과는 외교적 해법을 찾지 못하고 있으며, 중국은 여전히 꺼려지고 미국은 일방적으로 추종해왔으나 지금은 좀 멀뚱한 분위기다. 반도국가의 특성인 개방성과 포용성은 지금 우리에게 남의 얘기다.

다양한 것들이 뒤섞여 갈등하고 그 갈등을 해소해가는 과정이 통째로 교육이고 창의적 환경이다. 우리 사회는 원하지 않아도 저절로 그런 환경이 갖춰져 있다. 반도라는 환경과 세계사적 긴장이 집중된 상황이 우리에게 창의를 요구하고 있다. 곧 죽어도 창의해야 한다. 외국 노동자들에게 일자리를 빼앗긴다고 불평할 것이 아니라 오히려 고마워해야 한다. 이제는 먹고사는 문제가 아니라 창의할 수 있느냐에 집중해야 하기 때문이다.

닫힌 공간에서는 내 것이니 네 것이니 싸우게 되지만 신대륙이 눈 앞에 있다면 달려가 새로운 영토에 깃발을 꽂는 것이 더 이익이다. 신대륙은 언제나 우리 앞에 있다. 그것을 보는 사람만이 창의할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 아이들에게 세상은 자기 것을 빼앗으려는 나쁜 놈들로 넘친다고 가르치면 안 된다. 세상 모든 것을 가져다 써도 좋다고 말해줘야 한다. 그렇게 인류와 호흡을 맞추고 팀플레이를 즐기는 법을 터득해야 한다. 

스티브 잡스의 창의는 해적정신으로 상징되기도 한다. 매킨토시를 개발할 때 사무실에 해적 깃발을 꽂아두기도 했다. 그 이후 실리콘밸리는 창의적 해적들로 연합전선이 형성돼 있다. 해적정신은 대양에 있는 무엇이든 자기 것이 될 수 있다는 생각이다. 아이디어는 자기 머리 속에서 불쑥 나오지 않으며, 이미 있는 것들을 조합하고 승화시키는 것이다.

실리콘밸리의 젊은이들은 서로 아이디어를 가져다 새로운 무기를 만들어내 세계를 무대로 활약한다. 새로운 세상으로 달려가 깃발을 꽂아대고 있다. 그들이 공유하고 있는 것은 신뢰라는 기반이다. 남의 것을 가져다 쓰되 합당한 비용을 지불하던지 전혀 새로운 것을 만들어내는 것이다. 탄탄한 신뢰의 시스템이 구축돼 있기에 가능한 일이다.

실제로 세상은 약탈로 넘친다. 어리석게 당하기만 하고 훌쩍거리고 있어봐야 아무도 눈물을 닦아주지 않는다. 정신 차리고 해적이 되든, 더 나아가 영감 넘치는 탐험가가 될 수도 있다. 우리로서는 중국·일본·러시아·미국의 에너지가 만나고 부딪히고 흘러가는 통로 역할만 해도 남는 장사다. 통로가 되려면 흘러가는 다양한 힘들의 균형자가 돼야 한다. 우리내부의 공정한 룰을 가지고 있어야 하고 세계적 수준의 신용이 창출돼야 한다. 중국이 돈을 맡기려면 믿을 수 있어야 하지 않겠는가? 신뢰의 시스템이 필요하다. 

거짓말을 밥 먹듯 하는 정치인, 거짓을 용인해주는 유권자, 거짓의 역사를 눙치고 넘어가는 무감각, 이런 것들이 우리 삶을 위협하고 있다.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해도 먹고사는 문제가 가장 큰 이슈였지만 이제는 신용이 현실 문제고 부가가치라는 사실을 이해해야 한다. 대기업, 정치 권력자 어느 누구를 막론하고 과거의 방식으로 새로운 시스템을 타격하고 우리의 앞날을 막는 일을 용납해서는 안 된다. 신용사회가 우리의 나아갈 길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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