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 사회에서 존엄 사회로 (2016.07.28)

행복 사회에서 존엄 사회로

이광서 ㈜아이부키 대표·논설위원
입력 2016-07-26 (화) 18:20:50 | 승인 2016-07-26 (화) 18:29:51 | 최종수정 2016-07-26 (화) 18:22:22

 


왜 사느냐고 물으면 "행복하기 위해 산다"는 답이 가장 흔하다. 개인이 행복을 추구할 권리는 헌법에도 명시된 국민의 기본 권리다. 19세기 초 영국 경제학자 제레미 벤담의 "최대 다수의 최대 행복"이라는 말이 유명하다. 개인이 쾌락 또는 행복을 추구하는 것은 자유로워야 하지만 그것이 목표가 되면 결국 공리를 해치게 된다는 모순에 이르게 된다. 한 편의 공리를 추구하기 위해 다른 쪽의 이익을 제거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 직면할 것이기 때문이다.

 

대중이 개·돼지라는 생각을 가진 자는 자기 모순을 밀어붙이다가 스스로 개·돼지의 나락으로 떨어졌다. 인간이 개·돼지가 되는 경우는 인간성을 상실한 경우에 한한다. 인간성이란 인간 전체에 내재된 성품이다. 개인은 인간성을 잃고 얼마든지 개·돼지가 될 수 있으나 인간 전체는 개·돼지가 될 수 없다.

 

행복은 열매다. 열매는 소유되며, 나눠지며, 분리돼 누군가의 창고에 쌓인다. 행복은 비물질적인 것이라 실제로 창고에 담아두는 것은 불가능하더라도 나의 행복이 타인의 행복 위에서만 가능한 일이 생기듯 자타의 경계를 가르는 역할을 한다. 내가 시험에서 합격했다면 누군가는 떨어져야 하는 일처럼 말이다.

 

우리가 그토록 가둬두고자 하는 행복은 결코 가둬지지도 독점될 수도 없는 축구장의 공과 같은 것이다. 공을 내가 영원히 소유할 수도 없지만 그렇게 된다고 하더라도 게임 전체가 의미를 잃어 모든 것이 종료될 것이다. 자신의 행복만을 쫓는 삶은 아이러니하게도 비참과 가장 가까이 있다.

 

행복이 타자와의 관계에서 만들어지는 상대성의 언어라면, 남의 것을 빼앗지 않아도 그 자체로 존재하는 보편의 개념을 발견해야 한다. 그것은 생명이며, 다른 말로 에너지 그 자체이며, 사회적 언어로는 존엄이다. 행복은 가졌다가 나가고, 잃었다가 다시 찾을 수 있지만 존엄은 그렇지 않다. 생명도 그렇지 않다. 그 절대성을 중심으로 삶을 다시 보아야 한다. 사회는 행복을 강요하는 게 아니라 존엄을 잃지 않는 환경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

 

브루스 알렉산더 박사의 '행복한 쥐공원' 실험에 의하면 마약의 특정 성분 때문에 중독성이 발휘되는 것이 아니라고 한다. 기존의 마약 중독성 실험은 폐쇄되고 억압된 환경, 즉 마약 외에는 별다른 대안이 없도록 세팅된 곳에서 진행됐다. 알렉산더 박사는 자신이라도 대안 없는 환경에서는 마약에 중독될 것이라고 생각하고, 쥐들의 천국이라고 할만한 자유로운 공원을 만든 후 마약을 제시해본 것이다. 결과는 놀랍게도 쥐들이 마약에 입을 대지 않을 뿐만 아니라 마약에 심하게 중독된 쥐들 마저도 '행복한 쥐공원'에서 금단증상을 이겨냈다고 한다.

 

개별로 보면 마약을 하는 것이 행복하다고 볼 수도 있다. 그러나 전체로 확장하면 전혀 다른 이야기가 된다. 인간의 사회는 매우 복잡해서 섬세하게 연동돼 있다. 반드시 누군가는 희생되고, 다른 누구는 중독에 빠져 헤어나오지 못할 것이다. 그 아픔을 사회가 품고 개선시키지 못하면 결국 그 해가 전체를 해할 것이다.

 

싸드배치에 항의하던 성주 사람 150여명이 416 세월호 광장을 찾아 서명하고, "성주에서 사드 배치 문제를 직접 겪다보니, 언론의 왜곡 보도가 심각한 걸 알게 됐다. 세월호 참사 때, 배 보상 문제만 강조하는 일부 언론 보도를 보고, 관심을 기울이지 않았던 것 같아서 세월호 유가족들한테 미안했다"는 말을 했단다. 이제라도 깨달았으니 다행이다. 우리 모두가 공유하는 토대, 즉 '존엄'을 지켜내지 않으면 그것이 지금 우리에게, 아니면 우리 아이들에게라도 돌아올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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