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이 되자 (2022.02.07)

[시론담론] 사람이 되자

입력 2021.04.15 13:12

이광서 ㈜아이부키 대표·비상임 논설위원

 

 

이번 선거에서 눈에 띄는 키워드는 20대 남자다. 전통적인 투표 성향과는 정반대의 결과를 보여줬기 때문이다. 어쩌면 민주주의의 역동성을 보여줬다고 볼 수도 있겠다. 그러나 그저 긍적적으로만 바라볼 수는 없다. 코로나로 인해 20대의 에너지를 발산하지 못해서 생긴 스트레스라고 덮어두기도 석연찮다.

 

대다수가 박근혜 탄핵에 동참했고 문재인을 대통령으로 지지했지만, 지금은 70%가 야당에 투표했다. 단순한 변덕을 넘어 판을 엎어버리는 심통으로 보이기도 한다. 이들은 대체 왜 이렇게 주변인인 것처럼 책임감도 없고 의리도 없는 듯이 행동하는 걸까. 어쩌면 우리 시대의 20대가 그런 주변인을 상징하고 있는 것이라고 할 수도 있을 것이다.

 

이들은 기성세대와 같이 자신의 삶을 바쳐 이루어야 할 커다란 목표가 없다. 타도해야 할 독재세력이나 총칼을 든 외부의 적도 없을 뿐만 아니라 좋은 직장을 잡고 결혼하고 집을 장만하는 목표조차도 희미하다. 게다가 내부의 경쟁과 압박은 점차 세분되고 치열해지고 있다. 이들이 정치적 올바름에 대해 경험하고 관점을 형성하기는 참으로 여의치 않은 환경이다.

 

그중에서도 20대 남자들은 이 상황에 특히 허덕이고 있다. 이들을 관통하는 정서는 '억울함'이다. 억울함을 내재하고 있다니 얼마나 안타까운 일인가. 어디 하소연하기도 어려운 참으로 안타까운 상황이다. 이런 상태에서는 만만한 대상을 찾게 마련이다. 약자 공격 본능은 인간이 교육받지 않으면 언제라도 튀어나올 수 있는 동물적 본능이다.

 

그리하여 온라인 커뮤니티에 만연한 약자 공격은 통제하기 어려운 상황으로 치닫기도 한다. 연예인 기사에 인격살인을 가하는 일이나 외국인 노동자, 여성 등 이슈에는 잔혹한 집단 위해가 넘친다. 배타성과 약자 공격에 대한 방치는 우리 사회 전체를 멍들게 할 수 있으므로 이제는 이 문제를 더 진지하게 다뤄야 한다.

 

20대 남자들의 어려움은 이해하지 못할 바 아니나 이래서는 인간의 존엄을 얻지 못한다. 약자 공격 본능은 정치적 행동에도 반영된다. 어떤 말로 포장해도 정의나 올바름이 아닌 결과적으로 약한 대상을 공격할 뿐인 행동으로 귀결된다면 이들이 만들어갈 사회는 또 어떻게 정당성을 가질 수 있겠는가.  이는 스스로를 고립시키는 결과를 가져온다.

 

우리나라는 폐쇄해서는 결코 답이 없는 특수한 환경에 놓여 있다. 중국과 일본, 미국과 같은 강대국의 틈바구니에서 어느 한쪽으로 치우칠 수 없는 긴장 상태에서 지속적인 균형자 역할을 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끊임없이 각성하고 깨어 있어야 하지만 또 이 때문에 기회가 찾아온다.

 

우리나라는 무력이나 재력으로 세계 제일이 될 것이 아니라 도덕적 우위와 문화적 품위로 세계 제일이 되자는 백범 선생의 일갈을 떠올려보자. 이는 인위적으로 억지로 달성해야 하는 백범 선생 개인적인 소망이 아니라, 우리가 처한 세계사적 위치에서 필연으로 전개될 수밖에 없는 통찰이기에 시대를 관통해서 우리 마음을 사로잡고 있다.

 

사람이 되어야 한다. 사람이 되기만 해도 우리는 각성하고 환경을 지배하여 세계적 선도 문명을 이끌 수 있다. 자신의 행동이 약자를 괴롭히는 동물적 본능 때문이라는 것을 자각할 때 사람의 길을 갈 수 있다. 다수에 휩쓸려 부지불식 간에 강자의 지위를 얻어 약한 대상을 공격하는 짓을 멈추어야 한다. 다수가 가는 길을 쫓지 말고 홀로 서서 정의를 사유하고 의리를 지키려고 노력해야 비로소 인간이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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