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주택 진화 중…규모 커지고 공간 다양화
서울시, 주택도시보증공사 보증으로 사업비의 90%까지 지원 협약 첫 적용
48세대 ‘연희자락’ 눈길
녹색친구들 등 3개 시공사 힘 합쳐
네덜란드 사회주택 34% 수준
우리는 지난해 566호 공급 불과
서울 서대문구청 뒤인 연희동 168-15번지. 주변에 3~4층짜리 연립주택이 자리잡은 942㎡(285평) 크기의 이 서울시 소유 빈터에 올해 흥미로운 ‘실험’이 시작된다. 사회적경제를 지향하는 ‘녹색친구들, 아이부키, 안테나’ 등 세 기업이 힘을 모아 사회주택 ‘연희자락’을 짓는 것이다.
사회주택은 주거 관련 협동조합, 사회적기업, 비영리단체 등이 공급하는 임대주택을 말한다. 시가 보유한 토지를 30년 이상 저렴하게 빌려주거나 리모델링비를 보조해 임대료를 주변 시세의 80% 이하로 낮추고 거주 기간도 최장 10년까지 보장한다. 공공임대주택의 입주 자격에는 못 미치면서 민간 임대주택에 들어갈 여력이 부족한 3~6분위 정도의 소득자가 주로 입주 대상이다.
사회주택은 우리 사회에서 아직 걸음마 단계지만, 유럽 등에선 널리 퍼진 주거 유형에 속한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2015년 통계를 보면, 네덜란드는 230만 채 정도가 사회주택으로 분류된다. 전체 주택의 34.1%에 해당한다. 오스트리아는 사회주택 비중이 26.2%이고, 덴마크는 22.2%에 이른다. 반면 우리 사회에서 사회주택이 가장 앞선 도시인 서울이 지난해에 566호가 공급됐을 뿐이다.
이런 현실에서 연희자락은 여러모로 관심의 대상이다. 우선 48세대가 들어가는 단지형으로, 규모가 크다. 지금까지 사회주택은 기껏해야 10세대 안팎이 입주하는 단일 건물 형태였다. 사회주택을 짓는 곳들의 재정이 열악하고 신용도가 낮아 일반 금융기관의 자금을 얻기가 어려웠고, 지방정부 등의 지원 역시 제약이 많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연희자락은 단지형으로 몸집을 키우면서 친환경 건축, 공동체 프로그램, 문화·예술 공간 등 다양한 콘셉트를 갖췄다. 20~30대가 사는 전용면적 18~58㎡(5.5~17.6평) 크기의 48세대와 함께 아이들을 위한 작은도서관, 아트숍 겸 갤러리, 커뮤니티 카페, 동네영화관 등이 들어선다. 녹색친구들의 김문영 이사는 “사회주택이 저소득층 주거시설이라는 편견을 깨고 입주자들의 만족도가 한층 높은 공간이 되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무엇보다 큰 관심은 이 ‘단지형’ 사회주택을 가능하게 만든 제도적 변화다. 지난달 서울시는 주택도시보증공사(HUG)의 보증을 근거로 우리은행과 KEB하나은행이 사회주택과 공동체주택에 사업비의 90%까지 지원하는 협약을 맺었다. 이 협약의 첫 수혜자가 사회주택에선 바로 연희자락이다. 협약에 따라 연희자락은 50억원가량의 공사비 중에서 90%를 15년 분할상환 형태로 대출받을 예정이다. 서울시는 이런 보증제도와 함께 은행 대출금리의 최대 2%포인트까지 지원을 해 금리 부담도 줄여줄 방침이다.
공동체주택은 독립된 공동체 공간(커뮤니티 공간)을 갖추고 입주자들이 공동체 규약을 통해 생활 문제를 해결하거나 공동체 활동을 함께하는 주택 형태로, 첫 지원 대상은 중랑구 신내동 택지개발지구에서 건축 중인 ‘육아형 공동주택’이 선정됐다. 대지면적 1184㎡(약 360평)의 터에 24세대가 입주할 예정인 이 공동주택은 현재 지하층 바닥공사가 한창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공동육아협동조합으로 맞벌이 부부의 육아 부담을 줄이고, 안심보육이 가능한 새로운 주거모델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박원순 서울시장은 “국내 가구의 절반이 무주택인데, 상위 1%는 1인당 7채 이상 보유하고 있는 주택시장의 양극화 속에서 사회적 경제와 협치가 점점 중요해졌다”며 “사회적 경제 주체가 공급하는 사회주택과 공동체주택이 제3, 제4의 주거 대안으로 정착할 수 있는 중요한 전환점을 마련했다”고 말했다.
정재권 선임기자 jjk@hani.co.kr
서울살이 길라잡이 서울앤(www.seouland.com) 취재팀 편집
원본 : http://www.seouland.com/arti/society/society_general/2935.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