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AR 사이에 섬
아이부키 공유주택 장안생활 커뮤니티 매니저로 일하던 포비는 8층 공간을 바(Bar)로 운영해보라는 지시를 받는다. 우여곡절을 겪으며 올드맨이 합류하고 두 명은 공유주택 위 옥상에 바를 오픈하게 되는데...
“바텐더가 너무 멋있는 거야.”
두 사람이 어떻게 만났는지 궁금하네.
포비 : 대표님이랑 밥을 먹었어.
거기부터 시작하면 안 되는데. 두 시간 걸리겠는데.
포비 : 크크. 그럼 압축해서. 대표님이 8층 바를 같이 할 사람을 찾으셔서 칵테일 학원을 알아보고 등록을 했지. 첫날 학원에 갔는데 올드맨이 조교를 하고 있었어. 레시피도 다 외우고 있고 속도도 빠르고 잘하길래 내가 그날 밤에 생각했지. 내가 두 달 배워서 바텐더가 되는 대신 한 달만 다니고 얘를 앉혀야겠다! 첫째 날에는 내가 말이 없었거든. 분위기를 봐야 되니까. 둘째날에 마음을 먹고 올드맨 번호를 땄어.
올드맨 : 번호를 딴 날 집 가는 방향이 같으니까 지하철을 같이 타고 갔거든. 얘가 갑자기 야, 시간 있어? 우리 집에 와볼래? 그랬어. 공유주택 같은 곳도 한번 보고 싶었으니까 궁금해서 한 번 와봤지. 그러고 나니까 나를 대표님한테 소개시켜주고 싶다는 거야.
이미 설계가 다 되어 있었네.
올드맨 : 빌드업이 되어 있던 거지. 심지어 대표님을 우연히 만났어. 그래서 인사도 하고, 이틀 뒤에 나한테 포비가 전화를 하더니 여기 나오래. 같이 바 하자고. 그래서 대표님을 만나고, 일을 하자 말해서 그날 바로 결정을 했지.
올드맨(좌)과 포비(우)
두 사람 첫인상은 어땠어?
올드맨 : 나는 포비가 되게 조용한 줄 알았어. 첫날에 진짜 조용했거든. 그래도 그때부터 좋게 말하면 섬세하고 나쁘게 말하면 깐깐한 그런 건 있었어.
포비 : 올드맨은 귀걸이를 엄청 큰 걸 하고 바지도 타이트하고, 셔츠도 완전 딱 맞는거. 그래서 누가 봐도 바텐더. 나한테는 엄청 친구처럼 편하게 대했고.
올드맨 : 이유가 있는데 내가 생글생글 웃는 성격이 아니니까 사람들이 날 조금 무서워하길래 사람들한테 다가가야겠다고 생각하고 포비 오기 전에 태도를 바꿨어. 학원 처음 오면 어색하니까 일부러 포비한테 말 걸고 잘해준 것도 있고.
바 오픈 준비하면서 서로를 잘 아는 상태에서 시작한 게 아니니까 안 맞는 부분도 있었을 거 같은데?
올드맨 : 나는 갈등이 있었다기보다 내 생각보다 여기서 해야할 일이 많아서 불만이었어. 처음에 설명을 듣기로는 바 준비는 완벽하게 되어 있고 운영만 하면 된다고 들었는데 사실 아무것도 안 되어 있었던 거야. 술이나 도구 정도만 사면 바로 운영을 할 수 있는 줄 알았는데, 사업자 등록도 안 되어 있던 거였지. 그래서 당황을 좀 했어.
포비 : 나는 같이 일을 하게 된 입장에서는 참고 그냥 해야할 일은 해주길 바랐는데. 얘도 불만 이야기할 사람이 나밖에 없긴 했겠지만, 나한테 불만을 많이 얘기했지. 나라고 이럴 줄 알았겠냐.
바나 칵테일에 빠지게 된 계기가 각자 있는지?
포비 : 나는 단순한 호기심. 칵테일 잘 모르기도 하고 바에 가서 한 잔씩 마시는 것도 돈이 많이 드니까 학원 가서 배우면서 마셔보면 좋겠다 한 거지. 바를 운영하게 될 줄이야.
올드맨 : 나는 스무 살 되고 처음 간 술집이 바였어. 홍대에 어느 바였는데 지금은 없어졌을 거야. 바를 가봤더니 바텐더가 너무 멋있는 거야. 존댓말 하면서 손님이 원하는 대로 칵테일 만들어주는 모습 같은 게. 그래서 알바로 바텐더 보조를 시작했어. 바백이라고 부르는데 그걸 시작하면서 바텐더 선배한테 내가 대학도 안 나왔는데 이 일을 할 수 있겠냐. 그러니까 대학 안 나와도 할 수 있고.
오히려 좋아.
올드맨 : 오히려 좋지. 대학 다닐 시간에 칵테일 공부하면 되니까. 그래서 관심이 생겼던 거지. 하다 보니 적성에도 맞고 술도 좋아하니까. 만들다 보니 실력 느는 것도 보여서 재미있기도 했고.
“사람들이 하루 호스트로 가게 운영도 해 볼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드는 거”
현재는 두 사람의 역할이 어떻게 구분이 되어 있어?
올드맨 : 재고 관리나 발주나 가게 운영 같은 걸 내가 맡고 포비는 마케팅적인 부분이랑 내가 신경쓰지 못하는 세세한 부분 맡아주고 있지. 포비는 이 일만 하는 게 아니니까.
포비 : 나는 커뮤니티 매니저기도 하니까. 요즘 내가 주력하는 건 바를 돌아가면서 운영할 호스트들을 만드는 건데, 입주민들도 참여시키고 클래스를 열어서 그 사람들이 직접 가게 운영도 하루 해 볼 수 있는 그런 시스템을 만드는 거. 그게 내가 주력해야 할 부분이지.
가오픈부터 20일 정도 운영해보니까 주로 어떤 사람들이 왔고 운영한 소감이 어떤지.
올드맨 : 주로 어떤 사람이 왔냐면 포비가 술 마시러 제일 많이 왔고. 하하. 입주민분들도 틈틈이 오고 있고. 예상했던 대로 아직은 손님이 많지는 않고. 6시부터 8시까지는 손님이 거의 없는 편.
포비 : 지인들이 많이 오고.
올드맨 : 손님이 아직 많지 않아서 아쉽지. 밑에 공사도 하고 있고 아직 간판도 안 달렸으니까. 바라는 공간 자체를 인식하기 어렵겠지.
포비 : 그래서 아까 말했던 클래스나 호스트로 사람들을 모아서 멤버십으로 끌어들이는 게 더 필요하지.
어떤 사람들이 와줬으면 좋겠다 이런 게 있어?
올드맨 : 개인적으로는 입주민들이 많이 와줘으면 좋겠어. 입주민을 위한 바라는 느낌으로 만들고 있기 때문에 시작은 입주민이 많이 와야한다고 생각해.
포비 : 나는 다른 생각. 입주민 아니라도 내가 A를 데리고 오고, A가 B를 데리고 오고, B가 C를 줄줄이 데리고 오는. 내가 친하게 지내는 입주민 분들을 초대한 적이 있는데, 언제 이렇게 꾸며졌냐며 다들 놀라셨어. 그런 사람들한테 개인적으로 사람들에게 다가가는 게 필요하지 않을까. 입주민이 주말에 자기 친구들을 데리고 바에 오는 그런게 내가 바라는 거.
올드맨 : 아직 여기가 사람들한테 편하게 다가오는 공간은 아니지. 혼자 오더라도 프라이버시는 지켜줄 수 있고, 후줄근하게 입고 오더라도 상관하지 않는 그런 바가 됐으면 좋겠고. 아직은 그렇게는 안 되는 거 같아.
“추상적이면서 사이에 있으면서 서로 다가가는 공간.”
‘사이에 섬’ 이름 뜻도 알려주고 지향하는 게 무엇인지도 알려줄래?
포비 : ~의 섬이 어떻냐고 회사에서 한 분이 제안해주셨어. 여기가 동떨어진 느낌도 들면서 건물 사이에 우두커니 무인도처럼 있으니까. 섬 참 괜찮다 생각하다가 정현종 시인의 <섬>이라는 시가 생각난 거지. ‘사람들 사이에 섬이 있다. 그 섬에 가고 싶다.’ 짧아서 외우는 건데. 그래서 시에서 따 와서 ‘사이에 섬’이 된 거고. 나 또한 사람들 사이에 섬이 있다는 생각을 많이 하고 있었고. 여기가 그런 공간이 됐으면 좋겠거든. 추상적이면서 사이에 있으면서 서로 다가가는 공간.
여기는 혼자 오기 편한 바가 됐으면 좋겠다 혹은 사람들 간의 대화가 있는 공간이었으면 좋겠다. 둘 중에 어떤 쪽이야?
포비 : 둘 다 가능한게 여기는 호스트가 바뀌면서 운영될 거니까. 호스트의 성격에 따라서 아는 사람들이 오든 각자 오든 내용이나 컨셉이 달라지겠지. 나는 사람들 사이에 다리를 놓고 싶은 마음이고.
올드맨 : 나 같은 경우에는 프라이버시를 존중하니까 개인적인 느낌이 들 수도 있고. 나는 나 때문에 왔으면 좋겠다고 생각을 하지.
‘꾸러기 팀’ 활동에 대해서도 설명해줘.
포비 : 입주자 중에 인터뷰를 했을 때 바에 관련해서 관심이 있던 사람들이 있어서 같이 모여서 회의도 하고 공간에 대한 아이디어를 내기도 하고 그러고 있어. 지금은 네 명인데 정기적으로 모여서 회의를 하면서 내가 혼자 고민하는 것들을 많이 물어보지. 그릇 디자인도 찾고, 커튼도 골라서 같이 달고. 조경 설계하시는 분이 있어서 외부 조경과 관련된 PT를 만들어서 대표님한테 전달도 하고. 포스터나 안내문 같은 것도 만들고.
그 분들은 뭐 때문에 하시는 거지?
포비 : 잘 모르겠어. 시간 낭비일 수도 있는 건데 술을 나눠먹기도 하고 같이 뭔가를 영차영차 한다는. 작당모의? 그런게 재미있는 거 아닐까.
앞으로 운영 방향이나 해보고 싶은 거는?
올드맨 : 호스트들이 다양하게 들어오고 손님들도 다양하게 와서 바가 붐볐으면 좋겠다. 운영이 어려운 건 아니니까. 사람들이 여기를 편하게 다가왔으면 좋겠다. 시간 날 때 하루 호스트 해볼 수도 있고 그런.
포비 : 나는 파티. 가수 초청해서 공연도 하고 술도 한잔 하고.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은?
포비 : 나는 딱히 없어.
올드맨 : 이 글을 보시게 되면 편하게 와주세요 이거.
사이에 섬은 노을 맛집. 뜨거운 햇빛에 반사되는 술병들이 예쁘다.
시작에는 우연이 끼어들고, 공간에는 사람이 섞인다.
이곳이 어떤 공간이 될지는, 아직 아무도 모른다.
사이에 섬
주소 : 서울 동대문구 천호대로89길 9, 8층
인스타그램 : @saie.island
인터뷰 / 글 이인현
사진 바필_ @s_sswani , 윤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