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부키 인터뷰 프로젝트 1] 대안대학 “지식순환 사회적협동조합” (2021.04.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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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에도 대안이 있을 수 있을까요?"

 

 

올해 홍시주택 1층 공간에 대안대학 ‘지식순환 사회적협동조합’이 입주했습니다. (홍시주택은 아이부키가 만든 1인 가구 맞춤형 사회주택으로 서울시 금천구 독산동에 위치해 있으며 1층에는 근린생활시설, 2층에서 5층까지는 주거 공간이 있습니다.) 2021년 4월 6일, 지식순환 사회적협동조합(이하 ‘지순협’)의 박두헌 사무국장과 만나, 지순협이 어떤 곳인지에 관해 편안하게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안녕하세요, 아이부키 이인현입니다.

반갑습니다. 지식순환 사회적협동조합 사무국장 박두헌입니다.

 

간단히 본인에 대해 소개해주실래요?

2014년에 지순협이 법인으로 설립되었고,(당시에는 ‘지식순환협동조합’) 대안대학은 2015년에 개교해 6년째 운영되고 있습니다. 저는 개교할 때 1기로 들어와서 공부했고 졸업한 다음에 학교 조교로 있으면서 졸업생들과 이런저런 활동을 해왔습니다. 올해부터 조직이 개편되면서 사무국장 역할을 맡게 됐고요.

 

금천구 홍시주택에는 언제 오셨나요? 특별히 이곳으로 오시게 된 이유가 있나요?

올해 2월에 기회가 닿아서 홍시주택 1층으로 오게 되었어요. 저희가 원래는 은평구 서울혁신파크에 5년 동안 있었는데 재입주 신청에서 떨어졌거든요. 아마 다른 단체들에게 더 기회가 가야한다는 의미인 것 같아요. 그러다가 감사하게도 아이부키에서 제안해주셔서 이쪽으로 오게 되었습니다. 오고 나서 보니 아무래도 금천구가 서울에서는 외곽이고 문화적으로는 상대적으로 소외된 지역이기도 하니까 오히려 우리가 할 일이 많을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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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시주택 외관

 

 

최근에 하고 계신 활동이나 사업은 어떤 것이 있으신가요?

주 사업은 ‘대안대학’이에요. 제도권 대학에 대한 대안적인 고등교육은 무엇일까라는 고민으로 제도권 바깥에서 인문학을 기반으로 한 고등교육과정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지순협에 오는 학생들을 우리는 ‘비대학 청년’이라고 부르기도 하는데, 제도권 밖에서 새로운 영역과 활동공간을 열고 싶은 청년들이 공부하고 작당하는 곳이죠. 보통의 인문학 강의는 어떤 철학자를 다루거나, 특정한 내용을 다루는 단타성 수업이 많은데 저희는 대학라는 이름을 유지하면서 단계적으로 설계한 2년의 교육과정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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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순협 입학설명회, 모두의 강의실 (출처 : 지순협 홈페이지)

 

 

작년부터 새로 하고 있는 프로그램은 ‘모두의 강의실’이라는 강좌인데요. 온라인 위주로 진행하는 수업입니다. 한 주에 한 시간, 지순협 식 인문학 수업을 수강할 수 있도록 구독서비스의 형태로 운영하고 있어요. 특징으로는 ‘모두의 강의실’에는 젊은 독립 연구자분들을 강의자로 모시고 있습니다. 대안대학의 교육과정이 보다 이론적이고 학문적인 성격이 강하다면 모두의 강의실은 현장에서 독립적으로 자신의 연구나 창작을 발전시켜나가는 젊은 연구자, 작업자들이 자신의 전공 분야로 강의를 개설하는 자리입니다. 모두의 강의실의 캐치프레이즈가 ‘이 시대의 리버럴 아츠(Liberal Arts)’인데요. 상대적으로 덜 알려졌거나, 사회 문제에 개입할 수 있는 실천적인 주제를 선정하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그 외도 ‘딥한 인문학’이라는 대중강좌를 운영하고 있어요. 이름에서 느껴지다시피 깊이 있는 인문학 강의를 제공하는 교육 프로그램입니다. 요즘 정보 전달 매체가 전부 유튜브나 SNS로 대체되면서 지식이나 교육 콘텐츠 자체가 너무 가볍게 다뤄지는 경향이 있는 것 같아요. 플랫폼이니 뭐니 해서 지식 산업이 광고 산업에 기생하고 있어서 지나치게 상품화되기도 하고요. 하지만 인문학은 소비하는 게 아니라 스스로 하는 게 중요한 공부인 것 같아요. 그런 깊이 있는 공부를 원하는 사람들이 들을 수 있는 강의를 기획해보자 해서 만든 게 딥한 인문학이에요.

 

 

 

"사회에 감응하는 학교가 되어야 하지 않을까요"

 

 

 

대안대학이 기존 대학에 대해 비판하는 지점이 있고, 대안이 필요하다는 생각에서 출발하셨을 텐데 그 비판하는 지점이 어떤 걸까요?

저희가 해결하고 싶은 문제 정의로 두 가지를 이야기합니다.

 

하나는 ‘대학의 위기’라는 건데, 작년이 대입자원이 대학 정원에 미달하는 첫해였거든요. 사상 초유의 사태인 거죠. 인구가 계속 줄고 있고, 대학진학률도 줄고 있고요. 대학진학률이 줄어드는 건 세상이 점점 더 살기 어려워지고 대학이 미래를 담보해주지 않아서예요. 취·창업으로 더 빨리 빠져서 커리어를 쌓겠다는 생각과 대학에 대한 회의주의적인 인식이 퍼지고 있어요. 이것 때문에 생기는 문제가 대학 간의 경쟁이 가속화되는 건데요. 좋은 평가를 받아 국가의 지원을 따내기 위해 학교가 경영의 관점에서 운영되어 구조조정이 일어나고, 과 통폐합이나 연구비 삭감이 일어나고, 교직원들의 노동환경도 계속 불안정해지고 있다고 해요. 대학이 위기를 맞았다는 여러 증거이죠. 그래서 대학이 가지고 가야 할 인문정신이라는 것도 필연적으로 위태로워진다고 봐요. 취업률 같은 지표가 대학의 평가 기준이 될 수밖에 없기 때문에 인문학, 순수 학문을 공부하는 토대가 없어지는 거죠.

 

두 번째로는 사회에 감응하는 학교가 되어야 하지 않을까하는 건데요. 대학도 사회의 흐름에 따라 변해야하죠. 교육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합니다. 저희는 교육의 방법론으로 통섭 교육을 말합니다. 더 좋은 삶은 무엇인가, 더 좋은 사회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을 던지고 탐구하는 게 인문정신이라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그걸 위해서 자기 전공만 알고 다른 분야의 공부는 내 알 바 아닌 그런 게 아니라 학제 간 다양한 분과의 학문을 다 경유하면서 사고할 수 있어야 하죠. 그래서 저희는 인문학, 사화과학, 자연과학을 두루 배우면서 사회문제를 다루는 수업을 하고 있어요. 저희가 추구하는 교육 이념의 지향을 적·녹·보라라는 색으로 표현합니다. 적은 노동, 녹은 생태·환경, 보라는 페미니즘·젠더 이슈. 이것들이 우리 사회에 복합적으로 존재하는 대표적인 모순이나 불평등, 차별이라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그래서 제 명함이 빨간색이에요. 다른 직원은 녹색, 보라색이고 그렇죠.

 

제가 질문 하나에 말을 너무 많이 하나요?

 

아니요. 하하. 괜찮습니다. 말씀하신 것처럼 비대학청년이라는 말이 기존에는 잘 포착되지 않았던 계층이나 대상이라는 생각이 드네요.

최근에 저희가 발견한 문제 정의인데요. 우리 교육을 바라는 대상이 누구인가에 대해 더 관심을 두어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어요. 작년 연구사업으로 조사도 했지만 사회 불안정성이 점점 올라가는 것이 비대학청년이라고 하는 그룹이 점점 더 많아지는 걸로 표현되고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이들을 다르게 표현하면 무중력 청년, 니트 청년, 이행기 청년이라고 부르기도 하고요. 이들은 절반은 주체적으로, 절반은 강제적으로 어떤 환경에 놓이는데요. 세상이 그렇게 살게 만드는 면이 있지만, 그래도 기존에 일반적인 생애 주기와 서사에 대해서 의문점을 가지고 나는 좀 다르게 살아볼래 라는 것도 동시에 존재한다고 생각해요.

 

저희도 청년을 대상으로 한 주택들이 많아지면서 청년계층의 삶에 대해 고민하게 되는데요.

아이부키가 사회주택 모델링하고 있는 청년 1인 가구의 라이프스타일이 무엇인가와도 맞닿는 지점이라고도 생각해요. 이 사람들은 대학은 안 갔지만 어떻게 살아야 할지 어떻게 내 활동공간을 만들어야 할지의 불안은 계속 있거든요. 그래서 학습과 동료, 전망과 커뮤니티에 대한 욕구는 충분해요. 저희가 이런 걸 제공하는 학교가 되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하고 있고 자기가 열중할 수 있는 일거리와 활동공간을 개발하고 같이 만들어갔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지금 사업에서 얼마나 성취했느냐는 건 쉽지 않은 문제지만 장기적으로 봤을 때는 그 길 위에서 무언가를 계속해나가겠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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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순협 교육 과정 소개 (출처 : 지순협 홈페이지)

 

 

사회에 감응하는 대학이 되어야 한다는 말도 인상 깊은데요. 아이부키라는 회사는 주택을 짓는 회사이니까 주택과 주택이 위치한 지역에 대해서 고민을 많이 하는 편인데, 지순협은 범위나 단위가 조금 다를 것 같아요. 말씀하신 문제들을 어떤 범위나 단위로 해결하고 싶을까가 궁금해요.

저희는 확실히 지역문제해결을 위해 움직이기보다는 굳이 나누자면 세대 문제에 관심이 있지 않나 싶어요. 저희가 주 타겟으로 보는 건 역시 청년세대고요. 말씀드렸던 것처럼 청년 세대가 겪는 사회문제들을 해결하는 데 더 초점을 두고 있습니다.

 

 

"청년들에게는 자신의 사회와 생활을 주체적으로 꾸려나가고 싶은 측면이 있고,
이런 힘이 사회의 새로운 동력을 가져올 수 있는 힘이기도 하다고 생각해요."

 

 

말씀해주신 청년 세대에 대한 생각을 조금 더 말해주신다면요?

지금까지의 청년 담론에서는 청년이 뭔가 수동적이고 수혜 대상이고 사회에서 무언가 해줘야하는 세대라고 보는 게 여전히 주류적인 흐름인 것 같아요. N포세대라든가, 흙수저론이라든가, 이 청년들의 어려움을 봐라 라고 하면서 청년들이 이 사회의 주체라기보다는 문제해결이 필요한 계층이라고 보는 담론인데 이런 담론들이 분명히 드러내준 점이 많이 있지만, 청년들에게는 자신의 사회와 생활을 주체적으로 꾸려나가고 싶은 적극적이고 능동적인 측면이 많이 있고, 이런 힘이 사회의 새로운 동력을 가져올 수 있는 힘이기도 하다고 생각해요. 그 부분을 많이 못 보기도 한다는 거죠.


실제로 여기에 오시는 분들은 어떤 분들인가요?

유형이 크게 세 가지가 있는데 하나는 대안학교를 나온 분들. 중등학교 대안학교(중·고등학교)가 있는데 이 학교를 나온 분들이 학교를 졸업하고 다음 스텝으로 나아갈 데가 없어요. 다음 스텝으로 가기 위해서 어쩔 수 없이 입시교육을 다시 하거나 혼자 노력해야하기 때문에 그런 분들이 여기로 오시고요. 두 번째는 활동가라고 부르는 분들인데, 대학을 다녔든 안 다녔든 바람직한 사회상에 대한 관점을 가지고서 여기저기서 단체활동을 하는 활동가분들이 스스로 교육이 필요하다고 느끼셔서 오는 경우. 저도 그런 경우였고요. 이분들은 보통 안정적인 일자리가 있는 것도 아니고 사회적인 보상이 많이 주어지지 않잖아요. 이들이 활동을 지속하는 원동력은 비전이나 의미를 어디에 두고 바람직한 사회상 이런 것들인데 이런 것들에 대해서 학습이 필요한 때가 오는 거죠. 그리고 특이하게 예술가 그룹에서 오는 분들이 많아요. 창작활동을 할 때 베이스가 인문학적인 감수성이나 배경지식이 토대가 되는데 제도권의 기능중심적인 교육에서는 충족되지 않아서 오시는 경우가 꽤 있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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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전 질문에 드리기도 했지만 최근에 지순협 분들은 어떤 주제에 대해 많이 이야기하시는지 궁금해요. 현실의 어떤 문제에 관심이 있으신지.

교육 공동체 안에서 어떻게 하면 평등하고 위계적이지 않은 환경에서 학습할 것인가, 어떻게 소통할 것인가를 많이 이야기해요. 아무래도 강의를 하시는 분들이 학위도 있으시고, 제도권 대학에서 가르치다가 오시는 분들도 많고 하지만 기존 학교에서는 가능했던 것들이 여기서는 불가능하기도 하거든요. 역할은 정해져 있더라도 어떻게 하면 강의를 하는 사람과 듣는 사람이 평등하게 가르치고 배울 수 있을까. 세대 간에 어쩔 수 없이 존재하는 성인지 감수성, 페미니즘에 대한 인식 차이를 좁혀가고 안전하게 이야기할 수 있을까 이런 게 가장 핫한 키워드인 것 같아요.

 

 

 

"차이가 있다는 걸 전제로 하고 어떻게 안전하게 소통할 수 있을까를 고민하게 되는 것 같아요."

 

 

 

저희는 입주민 간 커뮤니티를 어떻게 구성하고 만들어나갈지에 관심이 많은데요. 대학을 운영하시면서도 굉장히 다양한 사람들이 모이니 공동체를 만드는 부분에 대해서 고민이 있으실 것 같아요.

저희가 나름 원칙으로 가져가려고 하는 건 차이가 차별이나 배제가 되지 않도록 하자는 거죠. 학교에 오시는 분들이 대부분 사회에 비판적인 관점이 있거나 문제의식이 있는 분들이지만 그 안에서도 또 층위가 차이가 있으니까 갈라지게 되죠. 차이가 있다는 걸 전제로 하고 어떻게 안전하게 소통할 수 있을까를 고민하게 되는 것 같아요. 내가 알고 있는 좁은 세계에서 넓은 세계의 시야와 관점을 흡수하고 배울 수 있는 거니까요.

 

현재의 어려움을 어떻게 해결할까 고민하면서 미래에 대한 계획이 세워질 수 있잖아요. 현재 가장 현실적인 고민들이 어떤 건지, 또 어떻게 해결하실 계획인지 궁금합니다.

가장 쉽지 않은 문제는 공간인 것 같아요. 홍시주택 공간이 너무 좋고 감사하지만 사실 프로그램들을 충분히 운영하기에는 부족하거든요. 코로나19 때문에 온라인 교육으로 많이 전환되면서 어떻게 운영을 하고 있지만 학생들이 쉽게 접근할 수 있는 오프라인 공간이 있었으면 좋겠고요. 먼 미래일거 같기도 하지만 학교에 오는 청년들이 지방에서 오는 분들이 많고 주거문제에 고민이 많거든요. 학교를 다니면서 가능하면 기숙사 형태로 운영을 하면서 수업을 듣고 그 공간에서 자기들이 프로젝트를 수행할 수 있는 배경이 되면 우리가 할 수 있는 방향에 부합해서 할 수 있을 거 같은데 그게 그동안 잘 안 꾸려지더라고요.

 

말씀을 들어보면 아이부키에서 앞으로도 도와서 할 수 있는 부분이 많을 것 같아요. 특히 공간이나 주거 부분에서요. 저희가 운영하는 주택에도 지방에서 어떤 목적성을 가지고 오시는 분들이 많더라고요. 그런 분들이 좋은 주거를 하면서 자신의 능력을 잘 발휘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게 저희의 목표이기 때문에. 이렇게 만나게 된 게 좋은 인연이 될 것 같아요.

저도 활동하면서 접점이 많이 생길 수 있으면 좋겠다 그런 생각을 하고 있어요. 저희가 입주해있는 홍시주택의 입주민분들에게도 저희의 존재를 소개하고 같이 할 수 있는 영역이 있으면 좋겠다 생각이 들더라고요. 그런데 어떻게 알려야 할지, 어떻게 소개해야 할지 고민이 돼요. 앞으로 그런 부분도 같이 해 나갈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대안대학 지식순환 사회적협동조합

주소 : 서울특별시 금천구 시흥대로 150길 69 홍시주택 1층

이메일 : kcunion2013@gmail.com

홈페이지 : http://www.freeuniv.net/

인스타그램 : https://www.instagram.com/kcunion2013/
 

                                                                         


글 / 사진 이인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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