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주택, 미국 주류의 정책목표가 되다(1) (2021.02.28)

편집자주:한국에서도 사기업이 주도하는 주택 공급 대신 공공 개발과 공급 방안이 조명을 받고 있다.

협동조합형 주택, 기본주택, 청년주택 등의 아이디어가 하나씩 현실이 됐다.

미국에서도 사회주택(Social Housing)이 급속히 대두되고 있다.

미국 사회주의 잡지 자코뱅의 기사를 두 편에 걸쳐 소개한다.

원문:Social Housing Is Becoming a Mainstream Policy Goal in the US

 

 

이번 달에 캘리포니아 의회에 발의된 법안이 있다. 소득 수준과 상관없이 모든 사람들에게 공공개발 되고 공공소유인 주택, 그러니까 사회주택을 공급할 토대를 마련하는 법안이다. 이 법안이 통과되면, 캘리포니아 주의 주택제도에 기념비적인 변화가 일어날 것이다.

 

민간 소유와 영리 추구가 지배하는 주택시장이 캘리포니아 주민들에게 도움을 못 주자 법안이 발의됐다. 2021년 2월의 임대료를 낼 자신이 “적거나 전혀 없다”는 캘리포니아 가계가 200만이 넘었고 1000만이 넘는 미국 가계의 밀린 월세가 평균 5,600 달러라고 한다. 또, 집에서 쫓겨났기 때문에 코로나19로 사망한 사람이 최소한 1만 명, 코로나19에 감염된 사람이 최소한 40만 명이라고 UCLA의 최근 연구가 추정하고 있다. 그리고 캘리포니아의 노숙자 수는 최소 15만 명이라 집계되고 있는데 코로나19 팬데믹 이전부터 이 정도 수준이었다.

 

세입자들이 당장 직면한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해 적극적인 세입자 보호 대책과 임대료 감면정책 및 지원대책이 시급하다. 하지만 국제적으로 입증된 주택 위기의 장기적 대책은 뭐니 뭐니 해도 사회주택이다.

 

이번 사회주택안을 둘러싼 질문이 많다. 캘리포니아의 사회주택은 어떤 모습일까? 참고할 만한 외국의 사회주택안에는 어떤 게 있을까? 사회주택의 사회적, 정치적 메카니즘은 뭘까? 사회주택안을 통과시키기 위한 광범위한 연합이 꾸려질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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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5월 31일, 미국 로스앤젤레스 시내의 한 거리에 노숙자들이 세운 텐트들이 쭉 늘어서 있다.ⓒ사진=AP/뉴시스

 

 

간략하게 살펴보는 사회주택의 역사

 

사회주택은 시장 원리에 따르지 않는 각종 유형의 주택을 포괄하는 용어로 일반적으로 다양한 소득 수준의 사람들에게 제공된다. 서샤 고윈과 라이언 쿠퍼가 ‘민중을 위한 정책 프로젝트(PPP)’를 위해 작성한 한 2018년 보고서 ‘미국의 사회주택’은 사회주택이라는 개념을 많은 좌파에게 재소개했다. 고윈과 쿠퍼는 오스트리아 비엔나, 핀란드와 스웨덴의 사회주택 모델에 기반해 향후 10년간 소득혼합(소득 수준이 다른 사람들을 같은 건물이나 단지에 살게 하는 것, 소셜믹스와 비슷한 개념) 사회주택을 1천만 호를 짓는 대담한 계획을 제안했다.

 

고윈과 쿠퍼가 참고한 사례 중 비엔나가 가장 잘 알려졌고 가장 인상적이다. 노동자 계급의 주택상황이 끔찍했던 1920년대에 새로 들어선 사회주의 정부가 양질의 사회주택을 충분히 지었다. 이런 정책은 지금까지 이어져 비엔나 주민의 60%가 사회주택 에 거주하고 있다. 진보적인 정책연구소인 그래블 연구소가 2021년 1월 29일 발표한 동영상 ‘사회주의자들은 주택위기를 어떻게 해결했나?’에서 조란 맘다니 뉴욕 주 의원이 녹음이 우거진 중정과 공중목욕탕, 그리고 많은 편의시설을 갖췄음에도 불구하고 월세가 400-600달러 밖에 안 되는 비엔나 사회주택에 대한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이 동영상은 이미 15만 이상의 조회수를 기록하고 있다.

 

저렴한 주택을 공급하기 위한 미국의 대표적인 민관합작 프로그램인 저소득층 주택 세금감면(LIHTC) 프로그램이 별다른 효과가 없었던 것도 사람들에게 사회주택의 필요성을 더 깨닫게 했다. 세금을 감면해준 비영리 주택 개발자들과 영리 목적의 주택 개발자들이 민간 투자자들에게 주택을 파는 LIHTC 프로그램을 두고 한 주택 전문가는 “부자들에게 혜택을 주어 가난한 사람들을 돕는, 없는 것보다는 나은 속임수”라고 묘사하기도 했다.

 

최근 분석에 따르면 LIHTC의 세금 공제 가치를 높여 주택 생산량을 높일 수 있도록 법인세를 2배로 늘리더라도 2070년까지 현재의 미국 부족분인 700만 호만 공급 가능하다고 한다. 하지만 더 큰 문제가 있다. 그렇게 해서 LIHTC 주택이 건설된다 하더라도 30년만 지나면 저소득층이 감당할 수 있을 정도의 임대료 수준을 유지할 수 없을 것이라고 전망된다는 점이다. 저소득층이 감당할 수 있을 정도의 더 나은 어포더블 하우징(affordable housing) 제도가 시급한 대목이다.

 

이에 대한 공감대도 충분하다. 미국 전국을 대상으로 한 한 최근 여론 조사에 따르면 세금공제를 선호하는 유권자와 사회주택을 선호하는 유권자가 무려 31% 포인트 차이난다. 사회주택의 인기가 높다.

 

전국 단위의 진보적 정치인들이 이를 잘 인식하고 있다. 2020년 대선운동을 하면서 버니 샌더스는 어포더블 하우징 1천만 호 공급 대책의 일환으로 소득혼합 사회주택 2백만 호를 제공하겠다고 공약했고 일한 오마르 하원의원의 ‘모두에게 주택을(Homes for All)’ 법안은 새로운 공공 및 민간 어포더블 하우징 1200만 호를 제안하고 있다.

 

하지만 중앙 정부 차원에서 사회주택을 마련하는 안들이 금세 통과될 전망은 거의 없다. 오마르 하원의원의 ‘모두에게 주택을’ 법안을 공동 발의하겠다는 의원이 6명에 불과했다. (이에 비해 샌더스가 주장하던 ‘메디케어 포 올(Medicare for All)’은 공동발의하겠다는 의원이 118명 있었다.)

 

고윈은 전국 차원에서 사회주택이 해결될 전망이 밝지 않기 때문에, 지금으로서는 주 단위에서 사회주택을 마련하는 것이 가장 나을 것이라고 했다. 진보적인 주 의원들의 생각도 같은 가 보다. 현재 메릴랜드, 하와이, 그리고 캘리포니아 의회에 사회주택 법안들이 발의된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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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민주당 일한 오마르 하원의원(미네소타)이 제116대 연방의회 개원 첫날 자신의 새 사무실이 있는 롱워스 하우스 오피스 빌딩에서 국회의사당으로 걸어가고 있다. 소말리아 난민 출신인 오마르 의원은 어린 시절 내전을 피해 케냐에서 4년을 보내고 부모를 따라 미국으로 이주했으며 미시간주 당선자 라시다 탈리브 의원과 함께 미국 최초의 여성 무슬림 의원이다. 2019.01.04.ⓒ뉴시스/AP

 


캘리포니아의 사회주택은 어떤 모습을 띠게 될까?

 

캘리포니아에 발의된 ‘2021년 사회주택안’은 70단어 밖에 안 되고 주로 법안 의도를 밝히고 있다. ‘미국 민주사회주의자들(DSA)’ 회원으로 이 법안을 발의한 알렉스 리 초선 주 의원은 “세입자 단체들과 노조, 주택 문제 활동가들, 그리고 비영리 건축업자들이 아래로부터 이 법안의 내용을 마련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법안이 기본 틀은 잘 잡았다. 캘리포니아 주에 ‘캘리포니아 주택기관’을 신설해 ‘저렴함’에 대한 기준을 만들어 주택협동조합이나 40~99년 임대가 가능한 장기임대주택을 모델로 삼아 소득혼합 임대주택과 일반주택을 개발하겠다는 것이다.

 

장기임대주택은 정부가 주택의 80%를 건설한 싱가폴과 저소득층 뿐만 아니라 모든 소득층에게 사회주택을 제공하는 비엔나를 모델로 삼았다. DSA 샌프란시스코 지부에 사회주택위원회를 만든 샨티 싱은 이것이 “사회주택의 핵심”이라고 했다. 소득혼합 단지에서는 고소득층이 저소득층 세입자가 감당할 수 없는 건물 유지비용을 댄다는 의미에서 ‘연대 임대(solidarity rents)’라 불리기도 하는 교차보조(cross-subsidization)가 가능하다. 사회주택이 없다면 “고소득층 세입자의 돈은 임대인과 개발자의 주머니에 들어갈 뿐”이라고 싱은 얘기했다. 게다가 소득혼합 사회주택은 사회통합 기능도 수행한다.

 

그러나, 이 모델을 반대하는 좌파도 있다. 샌프란시스코에서 작년에 공공토지에 소득혼합 사회주택 단지를 만들었는데 임대료를 시세의 50%를 정하자 ‘저렴함’의 기준을 100% 만족시키는 수준에서 임대료가 책정돼야 한다고 주장한 이들도 있었다. 고윈은 이런 접근방식이 근시안적이라며 반대했다. 고윈은 “다른 분야에서는 선별적 정책이 굉장히 근시안적이라며 비판하는 좌파들이 주택문제에 대해서도 향후 1-2년을 바라보지 말고 우리가 궁극적으로 만들고 싶은 세상을 만들어가겠다는 태도를 지녀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무료급식에서 고소득층 자녀를 제외해야 한다는 건 중도파나 하는 주장”이라고 덧붙였다.

 

소득혼합 사회주택은 사회주택을 지지하는 연합의 구성도 변화시킨다. 임비(YIMBY, Yes In My Backyard, 님비의 반대 뜻)를 지향하는 조직인 ‘모두를 위한 이스트베이’에서 자원봉사를 하는 사회주택 활동가인 데릭 세이지혼은 “연대의 정치를 만들어간다는 시각에서 보면 저소득층과 중산층이 이해충돌을 하면 저소득층과 중산층 모두에게 좋지 않다”고 지적했다.

 

세이지혼이 최근 활용률이 낮은 공공토지와 건설에서의 규모의 경제, 그리고 캘리포니아 대학 기숙사 건설 사례에 관한 백서를 집필했는데, 이 ‘캘리포니아 주택조합:공공 개발자를 옹호한다’에는 사회주택 건설비용을 절감할 아이디어가 수없이 많다. 세이지혼은 “사람들이 보수파가 어떤 비판을 할 것 같은지를 물어보더라. 나는 그들이 공공영역에서는 주택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불가능하다고 할 것이라고 대답했다. 하지만 그것이 지금 현재 이미 이뤄지고 있다”며 자신감을 보였다.

 

세이지혼은 캘리포니아 대학이 지난 25년간 기숙사 건설 자금을 어떻게 마련하고 사용했는지 그 내역을 공개하라는 요청을 제출했다. 그 결과 주 보조금을 정기적으로 받지 않고도 LIHTC 주택보다 단위당 평균 10만 달러정도 저렴하게 지어졌다는 것을 발견했다. 건설비용을 이렇게 아낄 수 있었던 가장 큰 이유는 시간이었다. LIHTC 프로그램의 혜택을 받으려면 걸리는 시간이 꽤 걸리는데 이 때문에 건설이 늦춰져 돈이 더 많이 들기 때문이었다.

 

세이지혼은 “캘리포니아 대학이 지난 30-40년간 10만개 이상의 임대 침상을 개발하고 관리했다. 우리는 이를 일반 주민들에게 확대 적용해 그것보다 훨씬 많은 주택을 마련하자는 것뿐”이라며 “이런 면에서 우리의 제안이 특별히 급진적이지 않다. 이미 잘 운영되고 있는 공공기관의 사례를 퍼뜨리자는 것뿐”이라고 했다.

 

사회주택을 지으면 세입자들이 존중받을 수 있게 보장해 줘야 한다. 여기에는 결사의 자유 보장도 들어간다. 싱은 20세기 중반의 사회주택들이 재원 부족뿐만 아니라 사회주택 세입자들의 권리를 제대로 보장하지 않았기 때문에 와해됐다고 설명했다. 일례로 세입자들을 조직하려던 활동가들이 미국 주택도시개발부(HUD)의 지원을 받는 곳들에서 구속되는 일이 과거에 허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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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1월7일, 캘리포니아 오클랜드 시의회 앞에서 시위대가 어포더블 하우징을 요구하며 구호를 외치고 있다.ⓒ사진=AP/뉴시스


싱은 “사회주택의 성공여부는 세입자 세력에 달려있다. 단기적으로는 사회주택을 쟁취하기 위해 투쟁하고, 장기적으로는 사회주택을 보존하기 위해 투쟁하는 사람들의 존재여부에 따라 사회주택은 성공할 수도, 실패할 수도 있다”고 강조했다.

 

20세기 중반의 공공주택 정책이 실패한 또 하나의 큰 이유는 지자체들에게 공공주택단지들의 위치를 선정할 수 있게 해줬기 때문이다. 당시에는 주택소유자와 인종차별주의적인 백인들이 일반적으로 지자체를 장악하고 있었기 때문에 주로 독성 폐기물 처리장이나 공업단지들 주변에 공공주택을 만들었다. 이들은 도시 구역 설정을 이용해 대부분의 아파트들을 시끄럽고 오염된 핵심도로들 주변에 배치하고 녹음이 우거진 조용하고 평화로운 거리들 주변은 세입자들이 넘볼 수 없는 더 크고 비싼 집들이 들어서게 했다. 어포더블 하우징이 “인기 있는” 지역에 제안되기라도 하면 그 지역 주민들이 이를 막기 위해 결사적으로 싸웠다. 전형적인 님비(NIMBY, Not In My Backyard) 현상이었다.

 

그런데 이는 이미 흘러간 과거 얘기가 아니다. 예를 들어, 2013년에는 실리콘 밸리의 핵심 지역 중 하나로 샌프란시스코 외곽에 있는 부촌인 팰로알토에서 시의회가 저소득 노인들을 위한 아파트 60호를 짓기 위해 3000여 평의 땅을 용도 변경하기로 결정하자 주민들이 “건물 크기의 균형이 안 맞다”며 격분했다. 님비족들은 이내 이 안을 뒤집기 위한 주민투표를 조직했고 결국 주민투표에서 승리해 이 안을 무산시켰다.

 

세이지혼은 이런 문제 때문에 사회주택을 위해 토지를 사용할 수 있게 해 주는 법이 주 차원에서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샌프란시스코 만 근교지역을 연결하는 장거리 전철인 베이 지역 고속 수송(BART)처럼 말이다. 그렇게 되면 베벌리힐스처럼 백인 비율이 높은 부촌들이 사회주택을 막는 일은 벌어지지 않을 것이다.

 

알렉스 리 주 의원이 법안 논의를 위한 라운드 테이블을 소집하면 이 모든 문제가 얘기될 것이다. 싱은 의원이 법안 마련 첫날부터 주택관련 단체들을 참여시키는 일이 “전례없는 일”이라고 했다. (이와는 대조적으로 개빈 뉴섬 캘리포니아 주지사는 최근 퇴거 유예 법안을 통과시키면서 “세입자 단체를 완전히 배제”했는데 이게 전형적인 일이다.) 싱은 “리 주 의원이 하는 일이 참신해 보이지 않지만 안타깝게도 사실은 굉장히 참신한 일”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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