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민포럼]당당한 눈빛을 물려줄 수 있다면 (2014.05.28)
[제민포럼]당당한 눈빛을 물려줄 수 있다면
이광서 ㈜아이부키 대표·논설위원
 
  등록 : 2013년 06월 26일 (수) 19:43:12
최종수정 : 2013년 06월 26일 (수) 19:43: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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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보니 그가 가진 모든 생각, 모든 말, 모든 행동이 표정에 담긴다는 것을 알게 됐다. 사람의 얼굴과 표정에 지층과도 같이 하나도 빠지지 않고 새겨진다. 만약 아이에게 한 가지만 물려줄 수 있다면 무엇을 주겠는가? 나라면 당당한 표정을 물려주고 싶다. 두리번거리지 않고 빛나는 눈빛, 세상의 아픔을 다 담아내고도 여전히 생동감이 있는 웃음, 이런 것을 줄 수만 있다면 다른 것들은 필요 없다.

그러고 보면 행복은 누구를 속여서 얻을 수 있는 것이 아니다. 더군다나 자신은 결코 속일 수 없다. 어떤 사람은 평생 열심히 살았는데 정작 자신은 불행한 채로 돌이킬 수 없는 삶을 살았다더라. 열심히 살수록 반대 방향으로 달려가는 삶이 있는 것이다. 우리가 아이들에게 물려줘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들. 집, 자동차, 돈, 그리고 이런저런 능력과 학벌 같은 것들이 그의 삶을 바른 방향으로 이끌어줄 수 있을까? 더군다나 그런 것을 위해 아이에게 자신이 원하는 것을 미루라는 강요가 정당화될 수 있을까?

표정은 태도다. 삶을 대하는 태도. 삶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영어나 수학이 아니라 바로 태도다. 태도가 삶의 커다란 방향을 만든다. 출발점에서 방향이 틀어져버리면 시간이 지날수록 더욱 멀어지게 된다. 자신에게 당당하고 주변을 두루 포용할 수 있는 눈빛을 가진다면 삶을 항해할 좋은 배를 가진 셈이다. 그는 느리던지 조금 빠르던지 진정한 성공을 향해 중단 없이 나아갈 것이다.

정신 차리고, 온갖 이유와 변명 다 걷어내고 단순하게, 아이들의 눈으로 우리네 삶과 공동체를 바라보면 너무 미숙하고 어리석다. 속이고 해치고 배신하고 경쟁하고 싸우는데 그 이유와 변명들이 하찮다. 둘러대기를 그치고 성숙한 공동체의 모델을 만들어야 한다. 자신의 희생이 공동체의 성공이 되는 게 아니라 자신의 행복이 공동체의 행복이 되는 그런 새로운 관계 모델을 만들어야 한다. 그래야 우리 아이들이 새로운 가능성을 열어갈 수 있다. 아이들이 살아갈 세상은 성실하고 인내하고 경쟁해야 성공하는 세상이 아니다. 자유롭고 당당하고 눈치 보지 않고 오직 자신에게 정직함으로써 공동체와 조화를 이룰 수 있어야 진정으로 성공하는 그런 세상이다. 그러한 분위기를 접해 크지 않으면 우리 아이들이 나중에 자신의 삶을 창조적으로 이끌기 어렵다.

역사적으로 시민의 자유는 공짜로 주어진 법이 없다. 피를 흘려야 했고 정의로운 사람들이 죽어야 했다. 본시 시민들에게 없던 권력을 찾아오기 위해 필요한 과정이었다. 아이들의 자유와 행복도 마찬가지다. 아이들이 더 많이 자유를 누리고 행복을 맛보아야 우리 공동체 모두가 행복과 번영을 누릴 수 있다. 누군가 나서서 길을 열어야 하리라.

여전히 우리 사회는 자유롭고 당당한 사람을 바라보는 눈길이 그리 곱지 못하다. 무리에서 튀면 금세 눈총을 받는다. 하지만 이제는 튀어야 사는 세상이다. 자신만의 색, 자신만의 몸짓, 자신만의 이야기를 준비해야 한다. 하나라도 온전히 자신의 것을 가질 수 있어야 한다. 아이들이 이런 연습을 할 수 있도록 너른 마당을 내어주면 좋겠다. 자신의 감각으로 온갖 물질을 만나야 물질의 본질을 이해하는 길을 찾아갈 수 있다. 누군가의 규율과 재단에 의해 친구를 만나는 것이 아니라 마치 동굴 원시인과 강변에 사는 원시인이 생전 처음 만난 것처럼 그렇게 서로 다른 친구를 만나 부딪치면서 서로 알아가도록 둬야 관계의 균형 감각을 키워갈 수 있다.

예술가를 이해할 수 있는 사람은 마찬가지로 어린이도 더 깊이 이해하고 존중할 수 있다. 예술가와 어린이를 이해하고 존중하는 문화가 창의적인 문화다. 그곳에서는 항상 새로운 것이 태어날 준비가 돼있다. 감각이 막 깨어나는 어린 시절에 자유롭고 창의적인 문화를 접한다면 그 신선한 느낌은 그의 삶의 방향을 0.1도 변화시킬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그 미미한 변화의 출발점은 시간이 가면서 더욱 크게 벌어져 결국 그의 삶을 새로운 영토로 안내할 지 누가 알겠는가? 0.1도의 변화, 0.1도의 충격이 우리 아이들에게 간직된 동력을 가동시켜 우리가 전혀 가보지 못한 곳으로 안내할 지도 모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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