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민포럼]어린이 교육의 두 가지 축 (2014.05.23)
이광서 ㈜아이부키 대표·논설위원
 
  등록 : 2013년 04월 18일 (목) 19:46:34
최종수정 : 2013년 04월 18일 (목) 19:47: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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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이 빠르게 변하고 나라 사이의 교류가 활발해질수록 가르칠 것이 늘어난다고 말한다. 인생은 한정되고 배울 것은 많고 시간은 거침없이 흐르니 조급해진다. 그러나 그것은 어쩌면 기우일 수도 있다. 시대가 변해도 가르칠 것이 그렇게 많지 않다는 게 필자의 생각이다. 초등학교 아이들이 한글을 배우고 구구단을 외우고, 수영이나 자전거 타기를 배우는 것 말고 다른 무엇이 필요한가.

아이들이 반드시 갖춰야 하는 것을 묻는다면 필자는 딱 두 가지를 말하고 싶다. 감(感)과 기(氣)이다. 즉, 안목과 자존감이라는 두 축이 어린 시절 갖춰야 할 가장 중요한 가치이다. 

감(感)은 다른 말로 안목이다. 감은 삶의 방향을 찾게 한다. 뿌듯한 느낌, 충일한 느낌으로부터 감을 잡아갈 수 있다. 사건이 벌어졌을 때 그것으로부터 우리는 어떤 느낌을 형성한다. 허전하고 불완전한 느낌이 있고, 꽉 차고 온전한 느낌이 있다. 바로 그 느낌의 차이를 발견하고 충일한 느낌을 따라가는 일이 중요하다. 감을 잡는 것이다. 감이 깊어야 삶의 방향을 잡을 수 있다. 어떤 일이 자신에게 맞고, 어떤 길을 따라 가야 자신에게 만족감을 주는지 판단할 수 있다. 누구를 만나고 누구를 만나지 말아야 할지 판단할 수 있다. 감을 잡아야 삶이 바른 방향을 따라 가며, 바른 방향을 따라 가야 개인의 삶이 공동체의 방향을 감지하고 그 흐름에 올라탈 수 있게 된다. 그래야 개인의 성공을 넘어 공동체의 성공이라는 대의를 발견하고 진정한 성공을 이루게 된다.

기(氣)는 다른 말로 자존감이다. 기는 원하는 것을 실현하는 힘을 준다. 아무리 재능이 있어도 주도권을 가지고 실현해나갈 힘이 없다면 그것은 결코 재능이 아니다. 창의성은 자신이 가진 고유한 재능을 소통 가능한 형태로 세상에 내놓는 것까지를 말한다. 문제를 잘 풀고 성적과 아이큐가 좋아도 자신이 하고 싶은 것이 아무것도 없다면 출발조차 할 수 없으며, 하고 싶은 것이 있다고 해도 그것을 세상에 내놓지 못한다면 그것은 그저 개인의 취미에 그치고 만다. 자신의 생각을 세상에 내보이는 즉시 부정과 불신에 맞서야 한다. 수많은 불신과 오해를 무릅쓰고 세상에 없던 자신의 재능을 펼쳐내는 것이 바로 창의이며, 이러한 과정을 가능하게 하는 것이 바로 '기'다.

기가 살아있지 않으면 세상과 맞서 자신의 이야기를 풀어낼 수 없다. 이것은 연습을 하거나 누구에게 배워서 갖출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온전히 존중 받고 있는 그대로 사랑 받으며 보낸 유년의 시간만큼 자존감은 자란다.

"우리 애는 머리는 좋은데 공부를 안 해" 이런 말은 그저 도피하기 좋은 구실에 지나지 않는다. 연습을 열심히 하는 까닭은 그 일에 계속 끌리기 때문이다. 지속적으로 반응하는 것, 그것이 재능이다. 연습을 열심히 해서 천재가 된 것이 아니라 그 일에 지속적으로 반응하고 흥미를 느끼기 때문에 연습을 누구보다 열심히 하는 것이다. 

김연아의 성공 이후 사람들은 그녀의 엄청난 노력에 대해 이야기하기를 더 좋아 하는 것처럼 보인다. 그러면 위안이 될지는 모르겠으나 진실은 아니다. 노력해서 성공한 것이 아니라 김연아니까 그런 노력을 할 수 있었다. 자신에게 가장 잘 맞는 것으로부터 출발해야 한다. 안목을 길러야 바른 방향을 잡을 수 있다. 자신이 무언가를 선택하고 그 선택이 전개되는 전체 과정을 체험해야 한다. 자신이 좋아하는 것에 몰두해봐야 한다. 그래야 감이 살아난다. 

안목을 기르고 자존감을 형성하는 일은 가장 중요한 교육의 목표지만 특정한 교과목으로 배울 수 있는 것이 아니다. 교육 환경이 변해야 한다. 지금과 같이 눈앞의 목표에 집착하고 점수 매기는 단순한 평가로만 사람을 보아서는 감과 기를 살릴 수 없다. 무엇보다 가정에서부터 변화가 시작돼야 한다. 아이들 자신이 판단 내리고 그 결정에 따라 움질일 수 있는 시간과 공간을 줘야 한다. 자신이 판단하고 선택해야 안목이 자란다. 아이가 설혹 거짓을 말하더라도 일단 믿어주고 이야기를 진행해나가는 신뢰를 형성해야 한다. 전적인 신뢰로부터 자존감이 자란다. 감과 기를 살려야 무슨 일을 하더라도 창의적인 성취를 거둘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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