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민포럼] 공감의 공동체를 꿈꾼다 (2015.04.16)
[제민포럼]공감의 공동체를 꿈꾼다
이광서 ㈜아이부키 대표·논설위원
 
  등록 : 2015년 04월 15일 (수) 20:38:59 | 승인 : 2015년 04월 15일 (수) 21:01:02
최종수정 : 2015년 04월 15일 (수) 20:41: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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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잎 하나 날려도 그만큼 봄이 깎이거늘, 바람 불어 꽃잎 후두둑 떨어지니 마음 가누기 어렵구나!" (一片花飛減却春/風飄萬點正愁人) 이 아름다운 계절을 온몸으로 흡수하는 시인(두보)의 예리한 감성은 천년이 지나도 우리의 가슴을 울린다. 슬픔이나 기쁨과 같은 감정을 공유하는 것으로 시간과 공간을 초월해 서로 이어져 있다는 사실을 새삼 깨닫게 된다. 그렇게 같은 토대를 공유하고 있기에 우리는 인류호라는 한 배를 탄 공동체라고 하겠다. 공감함으로써 혼자가 아니라는 것을 깨닫고, 소통하고 상호작용하여 이 세상을 더 낫게 만들 수 있으니까 말이다.

 

시인은 마치 오늘 우리의 슬픔을 미리 알았다는듯 가슴 저미는 노래를 읊었나보다. 봄 꽃잎과도 같은 어린 아이들 수백을 그 차가운 물에 속절없이 잃었으니 그 아픔 어찌 말로 다 하겠는가. 세월호가 수장된 이후 우리 사회에는 애써 부정할 수 없는 선이 생겨났다. 같이 아파하는 사람과 온갖 핑계를 대며 아픔을 느끼지 못하는 사람 사이에 그어진 선이다. 단지 공감하지 못하는 것을 넘어 만신창이가 된 사람들을 멸시하고 공격하기까지 한다. '일베'라는 이름으로 표면에 나타나기 시작한 그들은, 실은 이전부터 있어왔던 광범위한 공동체의 적이다.

 

그들은 공동체를 타격하는 자신의 행위를 '자유'라고 표현하고 있다. 누군가의 자유가 공동체를 해친다면 그것은 자유인가. 자유 민주주의는 성숙한 공동체로 나아가는 과정에서 생겨난 공동체의 현대적 정의이며 모토이다. 공동체 자체가 부정된다면 그것은 자유도 민주도 아니다. 진짜 자유란 인류 공동체라는 토대 위에서 자란 나무와 같다. 대지를 떠나 나무 혼자 존재할 수 없으므로 공동체를 해치는 즉 자신을 해치는 것이다. 공동체의 성장은 구성원의 오심즉여심(吾心卽汝心)이라는 공감능력을 통해 달성되며 세계심(世界心)을 얻는 것으로 완성된다. 인류 공동의 기반을 공유하지 못하면 자유도 없고 민주도 없다.

 

사이언스지는 최근 '외로운 개미는 영양실조로 죽는다(Lonely ants die of malnutrition)'는 기사를 게재했다. 연구팀은 "집단과 동떨어진 개미의 음식물 구성성분이 바뀌는 것뿐만 아니라 사회적 상호작용이 사라지면서 개미 두뇌를 변화시키고 영양 흡수에 영향을 끼쳤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분석했다. 이 연구는 공동체의 가치에 대해 일깨워주고 있다. 사람도 물론 단지 정신적으로뿐만 아니라 실제적이고 물리적으로 인류 전체와 연동되어 있다.

 

인간의 모든 행위는 공동체라는 도화지 위에 무언가를 나타내려는 시도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공동체와의 접점을 만들어내려는 시도가 왜곡되어 그릇된 표현이 되기도 한다. 일베들의 행동도 개별적으로는 '나를 좀 봐줘'라는 신호일 수 있지만, 그것이 집단화되면서 공동체에 대한 공격이 되고 만다. 마을에 상이 있으면 모두 슬퍼하고 함께 힘든 일을 나눔으로써 공동체의 결속을 다진다. 마을의 대소사도 이럴진대 우리 사회는 어땠는가.

 

큰 사태 이후 지난 1년 우리는 작은 공감도 나누지 못하면서 잘못을 애써 덮으려 하고 책임을 전가하기 위해 분열을 조장하는 못된 짓을 봐야 했다. 일베로 불리는 무명의 네티즌뿐만 아니라 사회의 지도층이라고 하는 자들도 그랬다. 사고를 겪는 것도 아픔이지만 공감하지 않는 자들이 소리 높이는 모습을 보는 것도 큰 슬픔이다. 이들의 행동은 마을 우물에 독을 푸는 짓이며 결코 용납해선 안된다. 대중이 개인에게 권력을 주는 까닭은 더 세심하게 공감하여 더 많은 아픔을 보듬기를 원해서다.

 

수백의 피지 못한 꽃잎은 앞으로 봄이 찾아올 때마다 우리 가슴 한켠에 흩날릴 것이다. 이들의 산화를 계기로 우리는 더 빛나는 꽃을 피우려는 열망을 키워야 한다. 누구에게나 일어날 수 있는 일로 받아들이고 국가라고 하는 시스템 전체를 돌아보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 깊은 공감과 연대를 통해 사회의 약한 고리를 발견하고 보듬어가는 제도와 실제적인 도구를 만들어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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