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민포럼]실감하는만큼 자란다 (2014.11.05)
[제민포럼]실감하는만큼 자란다
이광서 ㈜아이부키 대표, 논설위원
 
  등록 : 2013년 11월 20일 (수) 20:21:14 | 승인 : 2013년 11월 20일 (수) 20:21:43
최종수정 : 2013년 11월 20일 (수) 21:04: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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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예술은 미학적 완결성을 추구한다. 예술의 목표가 미학적 완결성이 아니라면 그것이 인류사에서 여전히 향유될 이유가 없다. 떨림 없이 굳어지고 형식화된 예술은 사람을 서로 마주보게 하지 못한다. 세상은 완전성을 전달하는 떨림으로 서로 이어지고, 그것이 문명이라는 거대한 흐름을 만들어낸다.

아직도 많은 사람들은 리얼한 그림은 '사실적인' 그림이고 그것이 미술의 주요한 목적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서양 미술사에서 쿠르베(Gustave Courbet, 1819~1877년)가 주창한 리얼리즘은 사진적 사실성을 달성했다는 이유로 붙인 명칭이 아니다. 범부의 일상을 그린 쿠르베의 그림이 역사적 의미를 갖는 까닭은 그것이 당시 주류로부터 애써 외면 받던 이미지이기 때문이다. 쿠르베가 드러내려고 했던 것은 권위나 사회 주류의 선택이 드러내지 않으려 했던 진실이라고 할 수 있다. 때문에 그의 사실주의(Realism)는 사실(Fact)을 그리려는 것이 아니라 진실(Real)을 드러내는 당찬 도전인 것이다.

그의 이러한 태도는 후배 화가들이 더욱 극단적인 추구를 할 수 있는 영감을 주었다. 현대미술의 수많은 혁명적인 시도는 실은 현실을 주어진 대로 받아들이지 않고 진실에 근거해 현실을 재구성하는 정직성에서 기인한다. 사실이 아닌 진실의 리얼리즘은 시대와 동·서양을 가리지 않고 유효하다.

아이들의 표현을 볼 때에도 리얼리즘의 시각이 필요하다. 사실이 아닌 진실의 눈, 결과가 아닌 과정의 시각, 겉모습이 아닌 내적 울림을 보는 눈이 필요하다. 편협한 평가의 기준을 가지고 아이들의 표현에 개입하기를 멈추지 않는다면 아이가 가진 본래의 열정은 점차 꺾일 것이다.

사람은 자신의 내면에 든 온전한 속성에 비추어 어그러진 상태를 바로잡으려는 노력을 멈추지 않는다. 커다랗게 틀어진 것을 바로잡으려면 그만큼의 용기와 열정이 필요하다. 커다랗게 틀어진 것은 그 자체로 상승의 에너지를 가지고 있는 것이다. 사람의 감정은 그의 내면에 간직된 완전성에 비추어 표출되는 것이다.

아이들이 부끄럽고 화나고 어색하고 유쾌한 자신의 정직한 감정을 인정받지 못하면 내면의 완전성을 드러낼 가장 중요한 도구를 잃게 된다. 감정은 소통을 향한 먼 길을 떠나는 사람의 나침반과 같은 것이다. 감정은 쉽게 변하고 분명한 언어로 포착하기 어려운 속성을 가지고 있다. 그럼에도 감정은 복잡한 개념과 사고의 집합체인 이론이나 사상과 끊어지지 않는 끈으로 이어져 있다. 사람이 복잡 미묘한 감정을 출발점으로서 인식하지 않으면 독창적인 사상과 이론이라는 결론에 도달할 수도 없을 것이다.

그러므로 교사는 아이들이 표출하는 감정의 변화를 민감하게 살필 수 있어야 한다. 그 감정이 무시 받지 않는다는 느낌을 전달해줘야 하며, 그로부터 자신의 느낌에서 답을 찾아가는 길을 발견하도록 해야 한다. 느끼는 만큼 열정이 생기는 법이다. 실감하는 만큼 그 표현에 리얼리티가 담기게 된다. 타인의 규칙을 따르는 것으로는 결코 자신의 리얼리티를 얻을 수 없다.

미학은 바로 그러한 인류 공통의 감정적 토대에 기반한 소통의 논리를 추구한다. 균형이 미세하게 틀어진 것을 감지하고 저 깊은 곳에서 떠오른 불편한 느낌이 사람을 더욱 앞으로 나아가게 한다. 자신의 느낌을 분명하게 인식할 수 있다면 사람은 적당한 지점에 멈추지 않고 더욱 완결된 양식 더욱 너른 소통을 향해 나아갈 것이다.

그렇게 개인이 세계와 명확히 연결된 지점에서 모든 것이 시작된다. 자신이 느끼는 것을 다른 사람도 그렇게 느낀다는 연결된 의식이 없으면 어떻게 완전성에 대한 갈망이 있겠는가? 완전성을 갈망하지 않으면 길을 잃게 된다. 무엇을 해도 의미를 찾을 수 없게 된다. 개인의 느낌이 세계의 중심과 연결돼 있다는 것을 깨닫는 방향이 모든 교육이 나아갈 길이다. 개인의 내면에서 일어난 작은 떨림이 세계와 연결되고 복제되며 확장될 수 있어야 실로 창의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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