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동주택과 공동체의 미래 (2019.11.06)

공동주택과 공동체의 미래

 

 

우리사회가 핵가족화 되면서 새로운 사회 문제들이 생겨나고 있다. 우리나라 가구구성의 변화를 보면, 2000년도에 3인가구 이상이 65%이상이었고, 1인가구는 15%대였다. 반면 2018년 1인가구는 거의 2배에 가까운 27%로 증가하였고 3인가구 이상은 50% 이하로 내려앉았다.

 

우리나라는 2020년을 기점으로 출산율이 1 이하로 내려가 자연인구가 감소하기 시작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1인세대의 비율은 계속 증가하여 2040년이 넘으면 40%에 육박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1인가구가 증가하면서 우리 사회의 경제구조도 변화하고 있다. 1인세대, 즉 혼밥족을 타킷으로 한 다양한 식당 유형이 생겨나고 있으며, 대형마트보다는 편의점과 다이소가 더욱 성장하고 있다. 주택도 1인 세대를 위한 소형 평형과 원룸이 증가하고 있다.

 

대가족 중심에서 1인세대나 2~3인 핵가족으로 가구 구성이 변화하면서 우리 사회 내적으로도 커다란 변화를 맞이하고 있다. 대가족 중심의 사회는 가족 단위로 커뮤니티에 대한 요구를 해결하였다. 점차 가족이 해체되면서 다양한 사회적 관계들이 생겨나가 시작하였는데, 초기에는 학연이나 지연과 같은 자연발생적 관계를 중심으로 하였으나 이제는 취미나 동호회를 중심으로 한 사회적 관계가 더욱 확대되고 있다.

 

디지털 세계의 관계맺기에 익숙해진 1인세대가 우리 사회의 주요 구성원이 되면서 우리는 과거와는 다른 공동체의 정의와 공동체적 가치를 정립해야 하는 필요가 생겼다. 독립된 개인의 가치를 중시하며, 가볍고 유연한 관계의 역동성을 담아내면서도 함께 만들어가는 공동의 토대에 대한 지향을 잃지 않는 공동체의 가치를 만들어야 하는 것이다.

 

원룸이나 셰어하우스, 고시원 같은 1인세대를 위한 도시의 생활주택은 대개 공동주택이다. 여기 사는 사람들은 서로 소통할 기회조차 갖지 못한다. 이들의 탈출구는 디지털 공간이다. 스마트폰의 단체 대화방, 롤플레잉 게임의 커뮤니티, SNS의 만날 일 없는 친구들, 즐겨찾는 유튜브 채널의 댓글창 소통은 이제 익숙해진 우리 삶의 일부분이다.

 

그러나 문밖을 나가면 마주치는 이웃과 눈인사는 어색하고 같이 살아가는 이 공간을 더 멋지게 가꾸어나갈 이야기를 주고받는 일은 요원하기만 하다. 사회적 관계가 디지털 공간에서만 치우쳐 일어나면 우리 삶의 안정성이 흔들린다. 이 부분이 우리 사회에 채워지지 않는 수요다.

 

때문에 다양한 1인세대의 공동주택 모델이 조금씩 시도되고 있다. 500명 이상의 1인세대가 모여 사는 영국의 올드오크Old Oak라는 공동주택은 이러한 수요를 적극 반영한 '오프라인 관계맺기'를 하나의 상품으로 취급하고 있다. 개인 주거공간은 최소화하고 대신 같이 모일 수 있는 공용공간을 극대화할 뿐만 아니라 이 공간에 다양한 프로그램을 운영함으로써 창업, 취미, 사교 등 풍부한 사회적 관계의 기회를 제공하여 각광받는 상품으로 풀어낸 것이다.

 

그러나 이렇게 주거 기반의 관계를 상품으로 제공하게 되면 주거비에 부담이 증가하게 되어 누구에게나 적용가능한 주거모델이 될 수는 없다. 가장 좋은 것은 공동주택의 입주자들이 '자치'를 통해 공동체를 구현하는 것이다. 그렇게 되면 자신이 사는 곳에서 자발적 관계를 통해 비용부담 없이 공동체성을 키워갈 수 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를 세계의 중심으로 이끌어갈 청년세대는 창의적이고 유연한 디지털 공간의 커뮤니티를 개척해나갈 뿐만 아니라 우리가 발딛고 숨쉬는 현실 공간의 안정적 기반을 만들어나갈 수 있어야 한다. 이제는 건축을 기획할 때 커뮤니티를 같이 고민해야 하는 시대다.

 

공동체는 유기체와 같다. 태어나고 자라고 번식하고 죽을 수도 있다. 다시 말해 공동체를 키워내는 일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그렇기 때문에 건축 전문가 뿐만 아니라 공동체 전문가들이 우리 사회에서 인정받아야 하고, 성공한 공동체적 실험이 더욱 조명받아 확대 재생산되어야 한다.

 

현실 기반의 공동체가 젊은 세대의 삶의 기반을 안정적으로 지지해주고, 이 위에 다양하고 역동적인 디지털 커뮤니티가 실험되면 전례 없이 풍성한 사회적 관계가 태어나 우리 사회가 한번더 도약할 수 있을 것이다. 집을 지어주면 끝이 아니라 집에서 살아갈 사람들의 이야기를 고민하는 것이 기성세대의 의무라고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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