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홍시주택의 ‘시민사회 2기’ 실험 (2018.11.14)
홍시주택 입주민들의 정례회의, 바베큐 파티, 로운쌀롱이 개최한 벼룩시장 등 주민공동체 활동 모습. /로운쌀롱 제공

홍시주택 입주민들의 정례회의, 바베큐 파티, 로운쌀롱이 개최한 벼룩시장 등 주민공동체 활동 모습. /로운쌀롱 제공

 

[시사위크=정계성 기자] 서울 금천구 독산동에 위치한 사회주택 ‘홍시주택’을 12일 오후 찾았다. SH공사가 매입해 장기로 임대해준 토지 위에 신축한 공동주택라고 할 수 있다. 앞서 소개한 ‘셰어어스’가 서울시 사회주택 사업 중 ‘리모델링형’이라면, 홍시주택은 ‘토지임대부’ 형태다. 다양한 1인 가구들이 함께 살아갈 수 있도록 처음부터 디자인됐다는 게 특징이다.

1층에는 주차장과 커뮤니티 공간이 마련돼 있고, 2층부터 5층까지가 원룸이다. 2층과 3층은 각각 9평 크기의 원룸 다섯 호가 있고, 4층과 5층은 층마다 7평의 원룸이 세 개씩 마련돼 총 16호가 살 수 있도록 건축됐다. 내부는 화장실과 주방을 갖춘 분리형 원룸으로 넓고 아늑한 개인공간을 제공했다. 이광서 아이부키 대표가 사업승인을 얻어 2017년 5월 착공했고 1년 동안의 공사기간을 거쳐 올해 5월 입주가 시작됐다. 여기까지는 일반적인 ‘좋은 원룸’과 차이는 크지 않았다.

먼저 눈에 띤 것은 옥상이다. 주위 풍경이 한 눈에 내려다보이는 옥상은 순수한 공용공간으로 만들어졌다. 최근 문화와 공동체 공간으로 옥상이 다시 주목받고 있다는 사실을 떠올리게 했다. 실제 지난 추석연휴 당시 고향에 내려가지 않은 입주민들과 지역 청년들이 함께 이 옥상에서 바비큐 파티를 벌였다고 한다. 솔직히 수익만 따졌다면 굳이 비용을 들여 층을 올리고 엘리베이터를 연결할 필요는 없었을 것이다. 4층을 통해 갈 수 있는 넓은 테라스에는 차광막과 테이블이 준비돼 휴식공간 등으로 활용된다.

 

◇ 지역 공동체가 곧 사회안전망

하드웨어라고 할 수 있는 공간구조에 ‘입주민 자치’라는 소프트웨어를 더했다. 입주자 대표를 선출해 함께 살기 위한 규칙을 정하고, 크고 작은 문제들을 해결해왔다. 나아가 지금은 공동체 복원과 지역활성화에 공헌할 수 있는 방안을 고민하는 단계로 발전했다.

눈에 보이진 않지만 일반적으로 ‘공동체’가 지역문제 해결과 범죄예방 등 사회안전망으로서 지대한 역할을 하고 있다는 점은 분명하다. 홍시주택을 운영하고 있는 이광서 아이부키 대표가 운영에 있어 ‘자치공동체’ 형성을 중요하게 여겼던 이유다. 이는 임대아파트 주민조직화 사업, 금천구 맞춤형 임대주택 사업 등을 진행했던 경험이 녹아든 철학이다.

 

“생활 속에서 발생할 수 있는 층간 소음, 쓰레기 배출, 공유지 등의 문제는 공동체가 생겼기 때문에 잘 해결이 된 것 같다. 일반주택에서는 그런 문제 때문에 폭력사건이 벌어지기도 하지 않나. 우리는 공동체 안건으로 올리고 논의를 통해 해결한다. 입주자 대표가 잘 해준 것 같다. 공동체가 리스크를 관리할 수 있다면 앞으로 못할 게 없다.

그렇다고 개인의 삶이라는 가치와 충돌해서는 안 된다. 근본적인 것은 개인의 삶이며 그 바탕 위에서 원하는 사람들이 공동의 가치를 만들어가면 된다고 생각한다. 여기서 조금 더 나아가면 시민의식이라고 할 수 있다. 아마도 사회주택이 아니고 일반 원룸이었다면 생기지 않았을 것이다. 시민의식은 훈련하지 않으면 결코 생기지 않는다. 어떻게 보면 사회주택이 시민사회 2기로 나아가는데 큰 기여를 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 이광서 아이부키 대표 인터뷰 중

 

김정우 홍시주택 입주자 대표가 거주하고 있는 방 내부모습. 시세의 80%라는 저렴한 가격에도 높은 퀄리티를 자랑한다. /시사위크
김정우 홍시주택 입주자 대표가 거주하고 있는 방 내부모습. 시세의 80%라는 저렴한 가격에도 높은 퀄리티를 자랑한다. /시사위크

 

 

◇ 사회주택을 매개로 시작된 긍정적 변화

물론 입주민 공동체 형성과정은 녹록지 않았다. 김정우 입주자 대표에 따르면, 홍시주택에는 20~30대 직장인들이 주로 거주하고 있다. 일반 원룸처럼 단절된 관계를 원하는 입주자부터 끈끈한 관계를 원하는 입주자까지 공동체의 성격을 놓고 의견이 다양할 수밖에 없다. 각양각색의 생각들을 조율하고 설득하는 일은 지난했고, 특히 ‘규칙’이 없었던 초기에는 소음과 흡연 등 사소한 불편사항을 해결하는 것도 어려웠다. 하지만 매달 1회 입주자 회의 등을 거쳐 이견을 좁혔고, ‘입주자’에 한정됐던 공동체 범위가 ‘동네’로 확대되고 있다고 한다.

 

“누구나 인간적 관계에 대한 갈증은 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이전에 살았던 고시원이나 원룸은 그럴 기회도, 에너지도 없었다. 하지만 공간이 생기고 다른 입주자들과 마주할 기회가 생기니 자연스럽게 관계가 형성됐다. 또 지역 청년 모임이나 행사에 참석하면서 인맥도 생겨서 좋다. 동네라는 것에 대한 소속감이 생긴 것은 직장생활하면서 처음이다.

우리 사회구조 자체가 청년들이 시스템 안에서 일하고 꿈꿀 수 있는 세대가 아니다. 헬조선이라는 말도 있지 않나. 그런데 청년들끼리 관계를 맺고 또 네트워크가 생기면, 각자의 특기를 발휘할 수 있는 환경을 더 많이 접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사회주택이 더 많이 생기고 소셜네트워크가 생기는 것이 바람직한 청년문제 해결의 방안이 될 수 있을 것 같다.” - 김정우 입주자 대표 인터뷰 중

 

오른쪽부터 이광서 아이부키 대표, 김정우 입주자 대표, 이진경 로운쌀롱 대표. 인터뷰는 홍시주택 1층 커뮤니티 공간 로운쌀롱에서 이뤄졌다. /시사위크
오른쪽부터 이광서 아이부키 대표, 김정우 입주자 대표, 이진경 로운쌀롱 대표. 인터뷰는 홍시주택 1층 커뮤니티 공간 로운쌀롱에서 이뤄졌다. /시사위크

 

입주자와 지역사회를 연결하는 핵심통로는 ‘커뮤니티 공간’이다. 홍시주택 1층에 마련된 커뮤니티 공간은 현재 이진경 로운쌀롱 대표가 임대해 운영 중이다. 입주기념 파티, 벼룩시장 등의 행사를 개최했고, 지금은 미술품 전시회를 준비 중이다. 지역주민 누구나 저렴한 비용으로 임대가 가능하며, 입주민 회의 공간으로도 사용하고 있다. 이 대표는 금천구 공공주택 커뮤니티 공간을 관리했었던 경험을 바탕으로 더욱 다양하고 재미있는 공간활용 방안을 고민 중이다. 입주민과 지역사회의 커뮤니티를 형성하고 장기적으로 수익도 낼 수 있는 모델을 만들어 내는 것이 이 대표의 목표다.

 

“금천구에서 운영하는 공공주택 1층 커뮤니티 공간은 영리활동이 안 된다. 공공 가이드라인에 따라 지출관리나 실적보고 등 절차가 많다. 정해진 공공가이드 내에서 커뮤니티 공간이 가능할지 의문이 있었다. 돈을 조금 벌지 못하더라도 주민과 할 수 있는 재미있는 공간운영이 없을까 고민하던 터에 홍시주택에서 제안이 왔었다.

솔직히 입주자와 공유하면서 영리까지 추구하는 수익구조가 많진 않다. 순수하게 대관으로 수익률이 담보되려면 입지조건이 좋아야 하는데 그런 지역은 서울에서도 매우 한정적이다. 수익이 나기를 처음부터 바랄 수는 없다. 비록 인건비를 창출하는 것은 아니지만 높은 퀄리티를 가지고 다양한 공간활용을 실험해볼 수 있을 것 같다.” - 이진경 로운쌀롱 대표 인터뷰 중

 

인터뷰를 마친 이광서 아이부키 대표와 김정우 입주자 대표, 이진경 로운쌀롱 대표는 함께 저녁식사를 하러 간다고 했다. 김정우 입주자 대표는 이광서 대표를 향해 “비싼 것을 사 달라”며 너스레를 떤다. 이진경 대표는 두 사람으로부터 “집사님”이라고 불린다. 사실 따지고 보면 이들은 임대사업자와 임차인, 세입자 관계로 서로 친해지기 쉽지 않은 사이들이다. 사회주택이라는 고리가 이들을 묶고 있기 때문에 가능했을 것이다. 떠나는 기자를 향해 이광서 대표는 “사회주택이 주류가 될 수 있도록 꼭 좀 도와달라”고 읍소했다.

 

출처 정계성 기자 "[나 혼자 안 산다⑤] 홍시주택의 ‘시민사회 2기’ 실험", <시사위크>, 2018.1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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